2007-12-31

밤에 피는 꽃

 낮은 닫히고

어스럼 밤 달빛에
피어난 하이얀 꽃 다시 머문다

닿으면 추려들까 머뭇하고
아니 닿으면 잊을까
살펴도 달빛이 빚은 하이얀뿐

머뭇거리지 않는다 해도
품을자리 이미 메워졌고
날이 밝으면 닿음도 헛일이라

때가 더 흐르면
이 마저 지고 없을 것을
내 손끝은 조금씩 하이얀 밤을 묻히고 있다



2007-12-30

겨울 밤

영하 5도 날씨 바람마저 불어 겨울이다

백엽상 아래 지중온도계 끄집어 내어 보았다
30Cm지중온도계 섭씨5도/60Cm지중온도계 섭씨10도
1M지중온도계 섭씨 18도/여름에도 섭씨18도

무덤속 1M이하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생명이 아닌 물질에
얼음인들 어떻고 따뜻함인들 느낄 수 있으랴

단절되지 않았던 시간
찬바람이 불어오면 행여 문틈의 찬바람에 고통스럽지 않을까
병든 몸 차가운 날씨에 상하지는 않을까
추위 걱정하는 자식 땜에 더위에 가셨는가!
늘그막 한이된 손녀 하나 이제 말문 트임을 알고 가신것이였나!

춥지 아니한가
느끼지 못할 단절에 시간
느껴지는 이 추위도 오감한 일일지라
창밖엔 찬바람에 스치우는 나뭇가지 소리마저
겨울밤에 끊어지는 나를 깨운다

2007-12-29

후회

 후회합니다

그저 그것이 님의 마음이라 여기고
돌아선 시간을 이제에 후회합니다

후회합니다
이것이 최선이라하고
스스로 안위한 게으름을 후회합니다

후회합니다
소통의 단절은 돌이킬 수 없는 아품인줄
미처 몰랐다함은 내 핑계일 것입니다

후회합니다
후회하는 이 시간도 인생의 한 조각인데
업겁의 세월에 순간의 살이 살뜰하지 못함을 후회합니다



2007-12-28

입맞춤

우리는 만났습니다
강바람 차가운 둑위에서 바라보는 하늘가에 홍수의 기억은 없습니다
강바닥에 홀로 푸른 촉새풀
당신 화려하던 꽃가지 어디에다 분지르고
시려운 세월에 홀로 푸르릅니까

함께 할 것입니다
비록 여름 좇아 수풀 무성하면 흔적없을 자리이지만
겨우내 시린 당신의 손끝은 잡고 있겠습니다

열번이면 어쩌라 하지만
다시 생에 한 번 뿐일지 모를 휘발성 세월을
이제라도 남기고 싶습니다

홍수는 흔적없지만
찬바람 이는 강 둑에 푸르름이 다시 돋을 때

 

2007-12-25

느끼고

 느낌 뿐이였습니다

밤새 새하얀 서리가 내려 않은 마른잔디 위에
늦은 졸음 날리며 겨드랑에 스미는 차가움은
차라리 맞이하고 싶은 삶이였습니다

바람이 불었습니다

뒷곁 대밭이 부비대는 이야기는 천년을 이어들어
달빛 가린 밤을 애써 지어 갈무리하면
바람이 잠든 아침을 거짓하고 싶었습니다

바라보는 눈이 그려집니다

성애 낀 유리창의 답답함을 지울 수 없는 처지가
나를 패고 싶음에도 따스함이 묻은 숨결이 어깨를 넘고
다가서는 건… 더 느끼고 싶었습니다



2007-12-24

정점

 죽는다는 것은

어느 정점에선가 살아있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나는 그 정점으로부타 멀어져 있을뿐

어제도 있었고 내일에도 있을 별과 공간이지만
어제의 자리 내일의 자리 같을 수 없고
어제의 자리 억지 오늘로 돌아가서 부여 잡은 들
내일로 가는 오늘에 함께할 수 없으니
어제의 정점은 오늘과 함께할 수 없음이라

그리고
우리들의 정점은 다 같을 수 없지만
우리가 만나는 이 시간
우리의 정점은 하나이다



2007-12-18

던져지다

 _ 별빛조차 없는 공간

_ 보이는 것에 하늘조차 가늠할 수 없다
_ 다만
_ 턱밑에 출렁이는 느낌으로
_ 헝클어진 시간을 끌어올리나
_ 더한 얽힘으로 놓인다


2007-12-15

흐른다

 흐른다

어디에서 어디로인 것조차 흐른다

아니 흐를 것 없으니
어제의 것이 오늘에 여전함은 거짓일 것이라
다만 거짓 아닌 것은 흐르는 그 자체일 뿐

사람의 살이에 스므남짓 해를 흘러
부딛힘을 부여잡는 마음은 거짓일까
아니 이 부여잡음도 흐름에 있으니
흐르지 않는 곳에 거짓일 꺼라

사람아 나 너를 품고자 한다
멈출 수 없는 품일지언지정
내 너를 품을 것은
내 살이에 으뜸으로 착(善)함이라



2007-11-15

존재의 기억

 존재하는 것을 사랑하라

호흡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라
사랑하는 너 또한 호흡하고 존재하는 것

시간이 지나고
남은 것은 존재했던 기억뿐
그 기억에 아름다운 것은 사랑했던 것 뿐
너 또한 아름다운 기억되어 남겨질뿐
이것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2007-10-30

내 것

 태어남도 죽음도 제 것이 아닌 줄 알고  

제 것이라 생각하는 것 조차  
전에도 없어고 후에도 없을 것을 아는데  

이순간 아는 것 조차  
정말 내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모든 만물 무엇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요  
모든 만물 무엇에 것도 아닌 줄 알면서  

있으면 모든 것이 하나로 있으며  
없으면 나 하나의 생각이 없을 것이라  

인간의 개체 인식이 너무도 허망하다  

2007-10-18

살아 있음에

 늘 죽음을 생각한다

단 한 번으로 모든 오고감이 끊어진 이제
그 너머는 짐작과 믿음일 뿐 겪음이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그 아닌
살아있는 것이라는 그림을 되 새긴다
바램과 아품은 살아 있음이기 위한 그림인가
바램을 채우고 아품을 줄이면 삶은 이루는 것인가
아니 채워지지 않음과 견디는 아품 이대로가 삶이런가

엄마에 걱정이 그렇게 끊어질 줄 몰랐던 건
시간을 내 가진 것이라 생각한 나의 건방짐이였으며
쥐어짜는 아품에도 느낄 수 있어 기댈 수 있는 열흘에
아버지 마저 그 아품 훌훌 저버리고 가시는 시간

누가 정한 때 이고, 누가 알았던 것이랴

나 인생의 절반을 지나는 시간
시간을 말하기엔 내가 정할 권리 없기에
시간 위에 드리운 삶에 내 것은 없다



2007-10-10

왜 아직 안와?

 “할머니는 왜 아직 안와?”

네살박이 조카가 추석 전날 저녁에 하던 말이다
이제 할머니 집도 알고 못하는 말이 없을 정도로 귀엽게 자랐고
연 이은 장례를 했지만 아직 죽음이 무언지 모를 일이다
그 녀석 돌봐준다고 두 분이서 저작년 대전 올라가서 일년을 머물다
할아버지 몸이 편찮아 어쩔수 없이 내려오게되어
할아버지가 못내 아쉬워했던 손녀인데

그토록 귀여운 손녀가 왔는데 어딜 갔기에 돌아오지 못하는가
손녀는 언제나처럼 다른 식구 다 있는데
할머니는 장에 갔다 늦게 오는 줄 알고
“할머니는 왜 아직 안와”하고 묻는다

어찌 저런 손녀를 두고
두분이서 이렇게 황망히 갈 수 있나

왜 아직 안와?…..
나 역시 네살박이 조카의 말처럼
금방이도 오실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