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4

2010-09-26

무엇이

 비워라

너 삶이 그러하듯
그 삶 또한 껍질에 붙들 수는 없다

무엇이 되어야 한다
어리석은 욕심일 뿐
무엇이든 이미 되어 있지 않나


2010-09-15

가을 냄새

 시간은 구월을 한참 넘어가고

아침 나절 햇살 고운 운동장엔
아이들 그림자 한치 더 늘어지니
가을을 이야기합니다
시시때때 걱정끼치던 빗줄기도
호흡의 한계를 시험하던 더위도
이젠 지난 여름이라는 과거로 돌려놓고
스믈스믈 스며드는 가을인데

기다려 채워져 있어야할 것들에 대한 기억이 아련하니
막상 텅빈 하늘처럼 비워지고
이 가을냄새에 묻어있을 그리움을 띄워 봅니다.




2010-08-23

이모

 품은 거두고 어이 가셨나

봄날 마른 들녁에 불어오는 흙바람 같은 먼먼 그리움을 두고
뭣하려 가시었나

마음하나 비워두면 질곡의 시간도 지나는 바람인 것을
어이 당신이 바람 되시었나

2010-07-21

기억-2

 
없음이
잊음과 다름이런가

꽃피는 산골에 머물수 없다

2010-04-12

박석

 







2010-03-10

2009-11-30

겨울비

빈 계절에

겨울비 내린다

비는
이미 허옇게 죽은 들뫼에
짙은 빛깔로 스며든다

그저 가벼움만으로
흔들림마저 잦아드는 때결에


2009-11-02

국화(菊花)

 기울어진 햇살에 긴 그림자

멍든 잎 애처론 빛깔의 가을이라

가을은 불현듯 오지 않았다
누군가 오랜 기다림으로 열어둔 곳에
찬 이슬에도 더욱 짙은 국화처럼

여름내 쑥대같은 국화가
저토록 노오란 빛일줄이야
국화의 필연이였다

내 무딘 시선에도 꺼리낌없이
홀로 향기 품은 국화
이제에 나 너에게 취한다



2009-10-10

2009-10-08

잔치 끝

잔치집 노래 소리 걸음 모우고
잔치는 무르익는다
잔치엔 내 아닌 주연이 있어
손님으로도 넉넉한 때 이거늘
제 아닌 잔치 끝을 가질 까닭 없는데
잔치는 끝나고 사람 없는 빈 마당
가을 바람에 쓸려 가는
갈잎에 실리는 맘 부질없어라

2009-09-07

여름 가고

여름은 가고

더운 기억 지워 없듯
빈하늘 뿌옇게 흩어지는 시간

맹세를 하지 말라 했다
어찌 스스로 만들어 가진 시간 아닌데
마치 제 것인 양 시간을 팔아 맹세하겠는가

지친 더위 아무것도 없듯
허한 공백으로 꾹꾹 눌러 채운 때에
이제는 만나야 한다고 함도 헛된 맹세인가

다시 흩어지고
맹세보다 그냥 이라는 말로
여름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