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9

시간기계

이른 봄 양지바른 골목길을 돌아 가던 때
아득한 사오십년 아지매
늦 여름 감나무 그늘 아래
부르던 벌써 십수년 형제

기억에 대상 모두가 다시 없는
지금은 미래에 시간이였다.

기억하는 이 앞에 지금은
아득한 시간 기억이 아닌
또 다른 이들에 시간이라

늘 같지 않다는 無常
그렇다.





2023-06-18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누구에게라도

아니 나에 이은 다 모를 이에



2022-07-14

풀씨

물릴 수 없는 뉘
강바람에 마른 풀씨 날리듯 떠난다.

기억할 것인가
기억될 것인가

아무도 모를 강 어귀에
때가 이르면 푸르름으로 보이는
강바람은 지금도 흐른다.




2017-06-05

삼월

시간이란 기억에 비늘되어

잊혀진 하늘을 떠다니다
어둠 깔린 수풀에 내린다.

언제쯤 어디에서 보았던가
다시 볼 수 없는 죽음이라

이제라도 멀쩡할 것 같은
시간은 죽어서도 지나간다




2017-03-01

다시 봄

아직 눕지 않는 풀 위로 바람이 스친다

여름 지난 기억은 애써 돌이킬 수 없다
봄 내음은 풀석이는 흙거죽에 뭍어난다

언제적 이였을까
깊은 절망에 발걸음을 밤바람을 가르며
찾아지만 채워질 수 없는 인연인 것을

다시 돌아갔던 길은
영영 다시 돌아 볼 기억조차 희미하고
봄에 닿은 삼월
어느 들판에 흙먼지 되어 흩어졌나



2017-02-26

겨울 강

어디로 왔을까

어디에서 왔을까
여름날 무더웠던 바람에서

어떻게 왔던가
어떤 모습 이였던가
흙모래 씻겨간 겨울 강가에서

천년에 시간 아니더라도
너와 나 헤일 수 없는 사람에
쓸려가는 바람에 조각
씻겨간 별빛이였던가


2017-02-24

말라 죽은 풀

말라죽더라도

얼어 붙어기에 버틴 덧은
우수 지난 빗물에 자빠진다

차라리 얼음이라면
단잠에 속아 영원할 것을
꿈은 편할 덧에 깨어졌다

속지 않는다는 듯한
썽그런 여인에 눈동자는
우수 지난 비를 떨쳐내고

겨울은 갔지만 봄은 멀어
녹아내린 들길에서 질척이니
어느 곳 어느 날 햇살에 뉘일까



2017-02-14

가엾

눈비 내린 길에 어둠은 깊고

토막난 잠에 새벽은 먼데

차가운 대숲에 깃들어
얼어 죽은 새를 모를 뿐

안다면,
가엾은 건 모든 살아있는 덧이라



2017-01-30

겨울 비

뿌우연  산비탈  까치 소리 잠 깨우고
마당에  차가운 바람은 숨 죽었는데
눈이 되지 못한 겨울비는 쓰린 아픔 같다


2016-12-06

결핍

겪지 않은 있어야 할 것은 모른다
노을지는 때에 아쉬움과 같더니
그렇게 저물어 가는 시간이였다

2016-12-04

누리는

십이월 하루가 짧다.

게으름으로 누린 한 나절은 아침인듯 지나고
슬슬 움직이려는 몸은
이내 해거름 노을을 맞는다.

뜻 모를 겨울 하루는
비었기에 누린 것이라



2016-02-22

우수(雨水)

잦아 들지 않은 언 이월에

한 줌 시간이 훑어 내리고
햇살은 가슴 가득 잠긴다.

훑어지게 내어 둔 시간
뉘우치지 아닐 일이라지만
이제에도 다질 수는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