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12

새벽

새벽을 걷어 올려

맨발로 딛는 마른잔디
성그런 서리발이 좋다

애달픔도 서러움도
긴 밤에 얼어 죽었을
차가운 겨울 새벽이라

푸설한 일들에 그래도
또 하루란 매듭을 달고
밀려오니 새벽을 걷는다





마지막

어느 때가 마지막 일지
오늘 인지 알수 없는거라
조건은 약속되지 않아

오늘이 여러 날에 하루가 아니라
마지막으로 기억 되는 날처럼
시간 탑을 살라 올린다

이해

미안하다.

누구라도 듣기 싫은 말이라

미안하다
내가 거부될 때 쓰는 말이라


2014-01-06

문득

 문득 우린 만났지요

나뭇잎 물드는 그때
그뿐 함께는 없지요

다시 문득 만났지요
차 한 잔에 여유처럼
너울지는 바다 같이

만나야 할 까닭없어
우린 찾지 않았었죠
우린 문득 만나니까

세상에 태어나 사는 것
문득 주어진 인생사 듯
우린 끊어질 수 없겠죠
우리가 살아 가는 시간
문득 만날 날은 있겠죠


2013-12-29

겨울 해

돌아서니 이내 저녁이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기 싫은
겨울 해는 노을마저 가난하다

2013-12-17

태어난 날

태어난 날을 기리는 일

사람 일 가운데 하나라

올해도 어김없이
쌀10kg +미역 +양발
그리고 쪽지까지

챙겨 보내는 것도
맡은 농협직원 일거리
일거라


2013-12-16

쉬는 날

늦은 아침 허기지다.

가득찬 냉장고엔
우유가 한달이 지나고
밑반찬은 윤기 잃었다
깻잎은 시들어 썩는다
손에 잡히는 게 없다.

서리가 다 녹은
휴일 아침 할 일없다
산적한 일상엔 흥미없다
스팸 문자도 아침 나절엔 없다
날 오라는 곳도 없고
가고 싶은 곳도 없다


2013-11-10

십일월

하늘은 흐리고 댓잎에 아직 물기남아

지난 밤 가을비 치고는 제법내렸는지
물에 젖은 찬바람은 아침을 씻어낸다

십일월 찬비에 피멍든 잎 떨구어 내고
푸르던 잔디 빛깔 하루가 다르게 빠져
십일월은 누구라도 물러서듯 쓸쓸하다



2013-11-04

빈속

빈속에 한잔의 술은

온 살을 저미는 듯 하다

나무가 소리내는 건
바람이 스치울 때라

뿌리가 있어
옮길 수 없는 시간
바람에 띄우나니

봄날의 송화가루
이 가을 어디선가 흐를꺼라
천년뒤 DNA에도 남겨지기에

바람이 잠든 시간
플라스틱병 소주 640mm
바닥이 보인다
껍데기엔 ‘맛있는 참’이라 적혔다
욕 나온다!
세상을 지 멋대로 매겨놓았구나
소주가 맛있다 할 것이 아니다
그저 취하고 싶어 마시는 거라


2013-10-23

가을_2013

빛깔 물러진 들풀에

흘렀던 꽃잎 잊었나
아쉬움은 늦은 때라

오고 감이 몇회이냐
떨친 잎파리만 해도
아쉬움은 없을 껀데

봄빛의 새김을 담은
흘러간 꽃잎의 자국
철지나 다시 볼꺼나


2013-10-12

땅거미

햇살이 살찐 들녘에 일찍이 다달았으면

노을이 질 때까지 더 많은 노래할 것을
땅거미 잦아들고 때는 저물었는가

바람에 밀리는 억새밭 언덕에 달 비치니
어둔 밤 사람의 길 멈추는 것만 아니다
멀리 수평선 고기잡이 불빛 이제부터라

파도가 닿은 마을엔 해야할 노래 많으니
새벽이 이를 때까지 고기잡은 배 맞으며
우리는 저물수 없는 오늘을 이어 가리라


2013-10-05

익어가는

 인적없는 강물은 영원같고

강바람은 잠깐에 기댐이라

한걸음 물러서면 억겁을 달리하고
한걸음 다가서면 순간에 불살러라

욕심에 둘 수 없어
선물처럼 감사하여
바램은 평온 뿐이라

물기어린 숨결은 허덕이는 시간되고
욕심은 쓸쓸한 체념이 되어

그 아닌 느낌 아는 건
쓸쓸함도 익어가는 넉넉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