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30

겨울비

빈 계절에

겨울비 내린다

비는
이미 허옇게 죽은 들뫼에
짙은 빛깔로 스며든다

그저 가벼움만으로
흔들림마저 잦아드는 때결에


2009-11-02

국화(菊花)

 기울어진 햇살에 긴 그림자

멍든 잎 애처론 빛깔의 가을이라

가을은 불현듯 오지 않았다
누군가 오랜 기다림으로 열어둔 곳에
찬 이슬에도 더욱 짙은 국화처럼

여름내 쑥대같은 국화가
저토록 노오란 빛일줄이야
국화의 필연이였다

내 무딘 시선에도 꺼리낌없이
홀로 향기 품은 국화
이제에 나 너에게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