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0

십일월

하늘은 흐리고 댓잎에 아직 물기남아

지난 밤 가을비 치고는 제법내렸는지
물에 젖은 찬바람은 아침을 씻어낸다

십일월 찬비에 피멍든 잎 떨구어 내고
푸르던 잔디 빛깔 하루가 다르게 빠져
십일월은 누구라도 물러서듯 쓸쓸하다



2013-11-04

빈속

빈속에 한잔의 술은

온 살을 저미는 듯 하다

나무가 소리내는 건
바람이 스치울 때라

뿌리가 있어
옮길 수 없는 시간
바람에 띄우나니

봄날의 송화가루
이 가을 어디선가 흐를꺼라
천년뒤 DNA에도 남겨지기에

바람이 잠든 시간
플라스틱병 소주 640mm
바닥이 보인다
껍데기엔 ‘맛있는 참’이라 적혔다
욕 나온다!
세상을 지 멋대로 매겨놓았구나
소주가 맛있다 할 것이 아니다
그저 취하고 싶어 마시는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