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30

천년 후 가을 노을

 가을 노을

천년이 지나도 저 빛깔 지닐 것이라
나 어릴적
아버지가 이끄는 소구르마 볏단위에 누워 바라보던
가을 해거름 서녘 들판의 하늘의 붉음은
이 저녁에도 그대로이듯 천년 후에도 그대로 일꺼라

오늘에 달라진 건
싹 비어내던 들판엔 비닐바다 이루고
산그림자 얹히던 노을은 아파트 틈에 끼일 뿐
노을 빛깔은 그대로 이라

천년 후에 달라질 껀 몰라도
노을 빛깔 천년 후에도 그대로 일꺼라


2008-09-26

되건너도

 보오매 보임이 없고

들으매 들림이 없고
만지매 잡힘이 없다

내 눈은 흐려지고
내 귀는 지쳐가서
내 살은 오래 익었어라

시간의 강에 다리가 놓였지만
건너온 강은 되건너고 싶잖다

아니 되건너도 없을 것이
코끝을 에우던 입김이라
강바람에 묻어 흩어지고
나는 아직 들판을 지르고 있다


2008-09-23

들다

마음에 들든 아니 들든
넋은 살아있는 이에 가진 것
그리고 오늘을 산다

마음에 차든 아니 차든
오늘을 헤적대는 하루로 지난다
그리하여 어제로 죽인다

마음이 이런들 저런들
쌓인 시간은 한참으로 돌이킨다
그래서 목마름이 오래 일수록 물은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