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노을
천년이 지나도 저 빛깔 지닐 것이라나 어릴적아버지가 이끄는 소구르마 볏단위에 누워 바라보던가을 해거름 서녘 들판의 하늘의 붉음은이 저녁에도 그대로이듯 천년 후에도 그대로 일꺼라
오늘에 달라진 건싹 비어내던 들판엔 비닐바다 이루고산그림자 얹히던 노을은 아파트 틈에 끼일 뿐노을 빛깔은 그대로 이라
천년 후에 달라질 껀 몰라도노을 빛깔 천년 후에도 그대로 일꺼라
보오매 보임이 없고
들으매 들림이 없고만지매 잡힘이 없다
내 눈은 흐려지고내 귀는 지쳐가서내 살은 오래 익었어라
시간의 강에 다리가 놓였지만건너온 강은 되건너고 싶잖다
아니 되건너도 없을 것이코끝을 에우던 입김이라강바람에 묻어 흩어지고나는 아직 들판을 지르고 있다
마음에 들든 아니 들든넋은 살아있는 이에 가진 것그리고 오늘을 산다
마음에 차든 아니 차든오늘을 헤적대는 하루로 지난다그리하여 어제로 죽인다
마음이 이런들 저런들쌓인 시간은 한참으로 돌이킨다그래서 목마름이 오래 일수록 물은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