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때는 저물고
못다한 인연 끈이 노을에 붉어질 때
나는 너를 돌아본다
어둠이 오고
가녀린 인연마저 닫히는 때
나는 너를 불러본다
때에 이르러 너는
내 알지 못하는 흐름에 끝간 데 없을 뿐
나는 가는 것이 없다
강어귀 들판부터 한두 조각 비어내는 들판은
십일월 초하루의 햇살에 무르익은 가을을 동아리듯
허전함 빚고
간밤에 제 몸을 다 떨어
좁은 운동장을 노랗게 물들인 은행나무 아래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잦아들고
퇴근무렵
하루를 마감하는 녹녹함 보단
손가락 사이로 스치는 바람처럼
허허로움만 길게 뉘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