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남도 죽음도 제 것이 아닌 줄 알고
제 것이라 생각하는 것 조차전에도 없어고 후에도 없을 것을 아는데
이순간 아는 것 조차
정말 내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모든 만물 무엇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요
모든 만물 무엇에 것도 아닌 줄 알면서
있으면 모든 것이 하나로 있으며
없으면 나 하나의 생각이 없을 것이라
인간의 개체 인식이 너무도 허망하다
태어남도 죽음도 제 것이 아닌 줄 알고
제 것이라 생각하는 것 조차늘 죽음을 생각한다
단 한 번으로 모든 오고감이 끊어진 이제
그 너머는 짐작과 믿음일 뿐 겪음이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그 아닌
살아있는 것이라는 그림을 되 새긴다
바램과 아품은 살아 있음이기 위한 그림인가
바램을 채우고 아품을 줄이면 삶은 이루는 것인가
아니 채워지지 않음과 견디는 아품 이대로가 삶이런가
엄마에 걱정이 그렇게 끊어질 줄 몰랐던 건
시간을 내 가진 것이라 생각한 나의 건방짐이였으며
쥐어짜는 아품에도 느낄 수 있어 기댈 수 있는 열흘에
아버지 마저 그 아품 훌훌 저버리고 가시는 시간
누가 정한 때 이고, 누가 알았던 것이랴
나 인생의 절반을 지나는 시간
시간을 말하기엔 내가 정할 권리 없기에
시간 위에 드리운 삶에 내 것은 없다
“할머니는 왜 아직 안와?”
네살박이 조카가 추석 전날 저녁에 하던 말이다
이제 할머니 집도 알고 못하는 말이 없을 정도로 귀엽게 자랐고
연 이은 장례를 했지만 아직 죽음이 무언지 모를 일이다
그 녀석 돌봐준다고 두 분이서 저작년 대전 올라가서 일년을 머물다
할아버지 몸이 편찮아 어쩔수 없이 내려오게되어
할아버지가 못내 아쉬워했던 손녀인데
그토록 귀여운 손녀가 왔는데 어딜 갔기에 돌아오지 못하는가
손녀는 언제나처럼 다른 식구 다 있는데
할머니는 장에 갔다 늦게 오는 줄 알고
“할머니는 왜 아직 안와”하고 묻는다
어찌 저런 손녀를 두고
두분이서 이렇게 황망히 갈 수 있나
왜 아직 안와?…..
나 역시 네살박이 조카의 말처럼
금방이도 오실 것 같은데…
눈물이 흐른다
바위에 짓눌린 땅에서 스며나오는 지하수처럼
아직도 감당되지 않는 일에 눈물이 난다
일기예보 일교차 온도에 더 민감하였다
일교차가 심하다는 날 출근길 지금도 전화해야할 것 같은데
일요일 아침이면 나 게으른 신앙생활 일깨우려
어김없이 걸려오던 전화 지금도 올 것 같은데
이른 퇴근길이면 들리어 자리 살펴 드려야 할 것 같은 생각 여전한데
토요일 일요일 오후나절 아이들 데리고 머무는 자리
마당에 서성이면 방에 계실 것만 같은데
오지않는 전화 받지 않는 전화
살필자리 없는 시간
비어있는 방
끊김의 아품이 이러한가
줄기에서 짤리운 가지처럼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끊어진 현실이
나는 못내 인정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