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9

겨울 해

돌아서니 이내 저녁이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기 싫은
겨울 해는 노을마저 가난하다

2013-12-17

태어난 날

태어난 날을 기리는 일

사람 일 가운데 하나라

올해도 어김없이
쌀10kg +미역 +양발
그리고 쪽지까지

챙겨 보내는 것도
맡은 농협직원 일거리
일거라


2013-12-16

쉬는 날

늦은 아침 허기지다.

가득찬 냉장고엔
우유가 한달이 지나고
밑반찬은 윤기 잃었다
깻잎은 시들어 썩는다
손에 잡히는 게 없다.

서리가 다 녹은
휴일 아침 할 일없다
산적한 일상엔 흥미없다
스팸 문자도 아침 나절엔 없다
날 오라는 곳도 없고
가고 싶은 곳도 없다


2013-11-10

십일월

하늘은 흐리고 댓잎에 아직 물기남아

지난 밤 가을비 치고는 제법내렸는지
물에 젖은 찬바람은 아침을 씻어낸다

십일월 찬비에 피멍든 잎 떨구어 내고
푸르던 잔디 빛깔 하루가 다르게 빠져
십일월은 누구라도 물러서듯 쓸쓸하다



2013-11-04

빈속

빈속에 한잔의 술은

온 살을 저미는 듯 하다

나무가 소리내는 건
바람이 스치울 때라

뿌리가 있어
옮길 수 없는 시간
바람에 띄우나니

봄날의 송화가루
이 가을 어디선가 흐를꺼라
천년뒤 DNA에도 남겨지기에

바람이 잠든 시간
플라스틱병 소주 640mm
바닥이 보인다
껍데기엔 ‘맛있는 참’이라 적혔다
욕 나온다!
세상을 지 멋대로 매겨놓았구나
소주가 맛있다 할 것이 아니다
그저 취하고 싶어 마시는 거라


2013-10-23

가을_2013

빛깔 물러진 들풀에

흘렀던 꽃잎 잊었나
아쉬움은 늦은 때라

오고 감이 몇회이냐
떨친 잎파리만 해도
아쉬움은 없을 껀데

봄빛의 새김을 담은
흘러간 꽃잎의 자국
철지나 다시 볼꺼나


2013-10-12

땅거미

햇살이 살찐 들녘에 일찍이 다달았으면

노을이 질 때까지 더 많은 노래할 것을
땅거미 잦아들고 때는 저물었는가

바람에 밀리는 억새밭 언덕에 달 비치니
어둔 밤 사람의 길 멈추는 것만 아니다
멀리 수평선 고기잡이 불빛 이제부터라

파도가 닿은 마을엔 해야할 노래 많으니
새벽이 이를 때까지 고기잡은 배 맞으며
우리는 저물수 없는 오늘을 이어 가리라


2013-10-05

익어가는

 인적없는 강물은 영원같고

강바람은 잠깐에 기댐이라

한걸음 물러서면 억겁을 달리하고
한걸음 다가서면 순간에 불살러라

욕심에 둘 수 없어
선물처럼 감사하여
바램은 평온 뿐이라

물기어린 숨결은 허덕이는 시간되고
욕심은 쓸쓸한 체념이 되어

그 아닌 느낌 아는 건
쓸쓸함도 익어가는 넉넉함이라



빤질한 감

약 한번 제대로 치지 않아

어떤 놈은 푸르 딩딩하고
어던 놈은 노오랗게 빤질거리나
감꼭지 나방 덕에 점점이 상하다

여름 내 그늘 지었던 이파리
너저분이 떨어내어 하늘을 틔우고
아직은 마른 가실 햇살이라
떨구어 물러 터진 홍시
시큼한 햇살을 타고 흐른다


2013-09-20

강물처럼

 강 폭이 불규칙한 긴 강이 있다.

상류부터 그 강줄기를 함께 흐르지는 않았지만
강 중류에서 만나 강 하나 되어 흐른다.

처음 시냇물부터라면 많이 섞였겠지만
중간에서 만난 때론 가깝게 때론 멀게
강 이쪽 저쪽을 가르며 흐른다.

어쩌면 바다에 이를 때까지 온통 섞임이 없을지라도
때론 많이 때론 조금이라도
강물은 하나되어 흐를 것이라


2013-09-15

해지고

해는 긴 그림자 내어주고

숲속으로 잠긴다

곧 어두어 지겠지

한낮의 열기도 이슬되어
가라앉을 밤이 오겠지

제 아무리 하루가 아쉬워도
긴 밤 지새울 수는 없겠지

뿌리 뽑아 던진 잡초도
내일이면 시들어 마르겠지

그러니 염려할 일 없다


2013-09-10

소원성취

 어느

양초 상표명이 연상되는 말이다

소원성취

무엇이 소원인가
돈과 명예
그런 것이라면
그런 것에 아픔과 고픔이 있을거라

그러나 더한 것이 있으니
관계와 시간
관계는 존재의 형식이고
시간은 존재의 현실이라

시간은 언제나 아쉬움뿐이지만
아쉬움에서
오랜 꿈과 영원을 함께 느끼는
소원성취라


2013-09-05

알람(alarm)

다섯시 삼십분

전화기 소리가 요란하다.
잠결에 이 시간 웬 전화?
-알람이다.
양력 구월오일 음력 칠월이십사일
어머니 가시고 열이틀
이제 만 육년이 지나는
아버지의 가신 날이다
가시는 날
가슴에 얼굴을 묻고
채 식지 않은 체온이
삼십여분만에 싸늘히 식어가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한데
세월이 또 이만치 흘러가고 있구나

부모란
전쟁터에서 후방기지와 같은 것
언제나 나를 지원하고
마지막 보루로 나를 지켜주고
기댈 언덕인데
후방기지를 잃고
시간은 또 그렇게 흘러
이제 내가 자식들에게
후방기지가 되어야 할 시간
세월은 또 그렇게 가나보다


살아 남은 자

 내것이 아닌 것으로 나를 증명하여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시대

제 목 위에 얹힌 입은 침묵하고
남 모가지에 얹힌 말로 해야만
제 머리가 붙어 있는 시대

제국의 마지막 몸부림은
끝내 쓰러지고

옆집 아저씨 손잡아 일어 선다지만
사람 모가지 위엔 제국은 간데 없고
민국은 아득하다.
옆집 아저씨와 앞집 도둑은 이웃일 뿐
여전히 살아남는 문제는

무엇을 침묵하여야 하는지
무엇을 증명하여야 하는지
살아 남은 자는 알고있다.


2013-08-30

적막(寂寞)

 고요한 곳에 쓸쓸한 때이라

적막(寂寞) 그것은
그렇지 않음에 느낌이 있기 때문이라

마주 따스함이 남겨지고
마음 길은 영원에 닿았어라

거기까지

단편(短篇)의 때는 아쉬움이고
동댕이쳐진 곳때(時空)

습(濕)한 비가 내린다
팔월의 짜투리 젖은 내음이
호흡을 옥죄이다

외로움 그것은
그 아님이 있기 때문이라


2013-08-27

가을 냄새

아직 여름 냄새가 덜 빠진 가을이

문지방을 스믈스믈 기어 들어온다

애써 참고 견디는 여름이라하지만
가을에는 무엇으로 약속할 수 있나


2013-08-10

덧칠(塗抹)

 눈이 어두어

시간에 덧칠하다
덧칠이 낡음도 시간이라
낡음에 빛깔이련가

아차!
덧칠은 벗어날 수 없는 섞임
섞임에 벗지 못할 일이라

되물릴 수 없는 빛깔은
소멸할지라도 어이할 수 없음에
나는 통곡한다


2013-08-08

더위_2

더위는 온 몸을 감싼다

조절할 그 무엇 있으랴

한생각 온 시간 메운다
조절할 그 까닭 있으랴


2013-08-06

상사화(想思花)

돌아 본다

평지에 돌출한 꽃무릇
이름하여 상사화라

햇살 좋은 이른 봄
짙푸른 잎 키워내고
여름 오니 시들어 흔적 없더니
늦은 여름 화려한 분홍 웬일인가

꽃은 잎을 보지 못하고
잎은 꽃을 보지 못해도
한뿌리 한 몸이라


2013-08-01

푸르는

푸른 여름은 들녘에 스치고
뜨거운 시간은 설레임이라
한계는 하염없는 시간되다

2013-07-29

개새끼

찾아오는 건
이웃 집 개새끼
잔디에 똥 내지르고 달아난다
패죽일 방법 없을까


2013-07-28

여름 밤

 수풀의 시끄러운 소리

그냥 벌레소리라 하고
아무도 어느 벌레인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느 벌레의 명멸해가는
아우성일지도 모를 여름 밤
아무도 기억하는 이 없이
어둔 수풀에 잠기고

선풍기 모터소리
시끄러움이라 말하지 않는다


2013-07-12

슬프고 싶다

 여름은 맺음이라

피고 진 꽃 어디
슬픈 일이다

여름도 저버린 때
꽃 찾아 보았으니
슬프고 싶다


계획

 또 다시 시간을 노래한다

계획하여 온 것이 아니듯
계획하여 갈 일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계획하였고
계획할거란 걸 우리는 안다
그리고 그걸 믿음이라 한다

다만 착각하는 건
내일에 오늘을 두는 일이라

제 계획이 아닌 내일에 오늘을
미루는 건 권한 밖에 일이라
시간에 욕심을 두는 것과 같으니

오늘에 아낌없는 시간으로
나는 이미 이루어지는 것
그 밖엔 계획한 이의 몫이라


2013-07-10

촌년

 비 뿌리는 하늘을 삼킨 흐린 바다가 울고 있다

빗줄기와 파도가 부서지는 방파제 끄트머리
한 뉘를 같이 하여도 외로운 이 홀로서 울고있다

촌년 오십년을 바랜 산천은 누구에게 기억되나
늙은 애비 보듬지 못 한 시간 가슴에 쓰라리니
홀로 남겨진 시간 그 누가 알아 줄건가

사랑이여! 니가 거짓이라면 죽음까지 이르르고
슬픔이여! 니가 참말이면 너 남은 시간 일러라
비 뿌리는 좌표 없는 바다에 홀로 남겨진 촌년이라



2013-07-07

장마

 어쩌랴

오고 감을 정한 거 아닌데
슬픔은 가슴을 쓰리는 거

몇 날에 비내려 수백미리
아득한 어미 기억에 돌아갈제
비 끝에 씻기운 탯줄 쓰라림

여름 하늘 파르하지 않아
턱 받치는 더위에 흐린 구름
저 하늘을 넘고 싶다

단절에 가는 이
이미 내 안에 와 있는데
슬픔은 분별에 있어 칼질하나니

윈도부러쉬 부러져 흐르는 비
이대로 끝나지 않을 시간이라면
질퍽임은 양수(羊水)에 귀의(歸依)라

뿌연 구름 먼 산 넘어가고
해석하지 못할 교감(交感)에 혼돈(渾沌)의 시간
그리움은 영원에의 희망이라


2013-07-03

 

씨앗 하나
바람이 뿌려
싹이 트다

그 조건에 맞음이라


2013-06-27

삼백리

 새녘바다 달 떠오르고

삼백리길 지나
한 밤 대숲에 가리우다

대숲 바람은 어둠에서
파도 소리 잘게 부셔온듯
발끝 뜨락에 떨구어지다

한뉘에 거듭없을 내음에
내 취함은 짤아도 모자라다
아니 내 취함은 섭리(攝理)인듯
능동(能動)이라 했던가

새벽 바람
어두운 대숲을 훓고
흔들림에 스치는 소리

분답한 일상을
새녘바다 물결에 씻어내고
댓잎에 털어 어둠에 날리고
자연(自然)으로 보고 또 보매
나 취함이라


2013-06-23

대싹(竹筍)

 허허로운 빈터

하루 아침에 돋아난게
그저 바람 뿌려 돋아 남이 아니다

오랜 시간 땅속 줄기(地下莖)
제 키만큼 뻗어나가

오월 어느날 한숨에 솟구침이라

여리고 무르지만 굳은 땅은 물론
비닐도 뚫는 성질이 있다 한다

행여 돋지 말아야할 것이라
분질렀다면 다시 솟지 않을 거라

하지(夏至)가 지나고
감쌓던 줄기 껍질을 떨쳐내고
펼치는 가지 하늘하늘 연두빛
아직은 여린 잎이라

하지만
이제 분질러도 죽지않는다
분지른 자리에 솟구치지는 못하지만
잘게라도 다시 돋아나
결코 그 푸르름을 포기하지 않는다.


2013-06-17

낙화유수(落花流水)

 ———————————- 고병(高駢)

떨어진 꽃잎 물결에 흐르니 세상 이치로다
한가로이 술취해 흥얼대며 나 홀로 왔노라
님 계신곳 알길 없어 슬픈마음 아퍼하는데
살구 복숭아꽃 활짝 피어 뜨락에 가득하다
———————————————
방은자불우(訪隱者不遇)

낙화류수인천태(落花流水認天台)
반취한음독자래(半醉閑吟獨自來)
추창선옹하처거(惆愴仙翁何處去)
만정홍행벽도개(滿庭紅杏碧桃開)


2013-06-15

유월 아침

유월 아침 나절

한 잔의 뜨거운 커피
텅 빈 하루를 끍어내다

찾아와 보이는 건
밥 굶은 옆집 개새끼
거름터를 뒤적이다
썩은 빵조각 물다 말고
할 일 없는 모습으로
비실비실 돌아가고

마당엔
유월 묵직한 햇살이 흐른다


2013-06-13

유월

물결은 하얀 바람에 붙잡히고

천상에 부드러움 나를 감쌀때
내 팍팍한 시간은 함몰되다

발길은 푸른 불빛에 흔들리고
천만번 오고감이 예스럴 질때
네 오롯한 시간에 남겨지다


2013-06-07

성애(性愛)

발근촉진제 바른

능소화 가지를 병에 담았다

에릭프롬은 말한다
완전한 융합
그러나 모른다
모든 사랑은 하나이다

짤린 가지가 다른 개체되는 건
인간 인식에 의한 분별일 뿐

분별, 분리가 있어도
융합된 모습 의식할 수 있는 건
또한 인간 인식이라
그러나
존재 모습은 분리에 있고
분리에 힘겨워하다




2013-06-05

풀약

 풀약을 치다

풀약은 풀을 죽이는 약이다

잔디엔 골라 죽이는 약으로
빈밭엔 마구 죽이는 약으로

죽이는 것
잡스러운 것들을 없이하다

죽이는 것
바라는 바 살리고잠이라

인위(人爲)라함도
사람 있는 자연이라


2013-06-03

예초기

 망초

달맞이꽃
개보리
지씸으로 가려지다.

바라는 바
사람의 욕심에서
깔끔한 그림으로

풀을 베다

예초기에 짤린
진한 풀내음
나는 그 내음이 좋다



2013-05-31

물 한 그릇

 대숲은 잠들고

고라니도 울지않는다

기차소리 어둠에 묻히고
달은 보이지 않는다

물 한 그릇에
팔백년의 북극 별빛을 담아
순간에 공존하매 희열하고
영속에 공유 못해 쓰라리다

달빛 지워 기차소리 어둠에 버리고
물 한 그릇 대숲 바람소리 담아
순간에라도 공유하련다


2013-05-28

봄의 끝 빗소리에 긁히다

 풀나무 수억 기억이 살아나다

사람은 얼마 기억일까

백년 시간에 차떼고 포떼고
의식 시간에 점철된 기억은
빗소리 시간이 어지럽다

물오름 넘치는 풀나무
메마름 견딘 시간처럼
퍽퍽한 시간을 칼질하다

여름을 여는
이제야 넉넉한 빗소리
이미 봄은 가고 보리 가실인데
비는 또 보리 대궁을 썩힐꺼라


2013-05-24

들에

꽃이 흐른다

열맨 필요치 않다
그래서 안타까움이다

바다엔
달빛이 흐른다
눈물에 어리는 달
어두운 하늘 물들이고
뛰는 가슴 내일의 아품이다

꽃은 시간이다


2013-05-20

분별(分別)

 비가 내린다

푸른 오월 싱그럼을 더하는
비가 내렸다

영산홍 지고 하얀 수국 피었다
장미 터진 봉오리 붉은 속내 보이고
비 젖은 오월을 숨가쁘게 몰아간다

장미가 수국이고
수국이 장미이랴
아니라 함도 내 분별이 아니던가

기이(奇異)하담도
내 못난 분별에 바탕함이려니
되려 당연(當然)이라


2013-05-15

봄밤_2013

손톱같은 달은 기울고

캄캄한 뒷산 능선 따라 내리는
아까시 내음이 머리를 흔든다

한낮 삼십도 여름이라 하건만
솔꽃가루 진 밤하늘 아까시 에우니
여전히 흔들리는 봄밤이다

뒤뜰 밤새 한 길 돋은 오죽(烏竹)
잘 키워 기품있는 검은 대 보려니
아직 푸르러 여린 줄기라
기다리는 내내 조리는 가슴이다.




2013-05-11

달빛

초하루

달은 어디에
달빛을 따라 간다

달에는 달빛이 없다


2013-05-10

만들어 가다

만들어 가다

만드는 이는
만드는 것에 의해
다시 만들어 진다

처음 돌하나
쌓을 바탕이라
축을 쌓듯 탑을 세우듯

그렇게
만들어 가는 시간에
예초기에 짤리운 풀내음 같은 숨결에
너울져 미끄러지는 해변의 빛그림처럼
새겨 만들어 가다


2013-05-07

청보리

 지평선 넘어가는 푸르른 청보리

시간을 낙인하고 바다로 달린다

웃음 띤 향기 너울에 스며드니
따스한 소리 손끝에 젖어든다

다시 저 바다에 어둠살 드리우고
창백한 항구 가로등 빛에라도
모른채 할 수 없는 미소라

소유 끝은 느낌이려니

바다를 소유하다

존재 모습은 마주함이니
내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