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3

대싹(竹筍)

 허허로운 빈터

하루 아침에 돋아난게
그저 바람 뿌려 돋아 남이 아니다

오랜 시간 땅속 줄기(地下莖)
제 키만큼 뻗어나가

오월 어느날 한숨에 솟구침이라

여리고 무르지만 굳은 땅은 물론
비닐도 뚫는 성질이 있다 한다

행여 돋지 말아야할 것이라
분질렀다면 다시 솟지 않을 거라

하지(夏至)가 지나고
감쌓던 줄기 껍질을 떨쳐내고
펼치는 가지 하늘하늘 연두빛
아직은 여린 잎이라

하지만
이제 분질러도 죽지않는다
분지른 자리에 솟구치지는 못하지만
잘게라도 다시 돋아나
결코 그 푸르름을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