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7

삼백리

 새녘바다 달 떠오르고

삼백리길 지나
한 밤 대숲에 가리우다

대숲 바람은 어둠에서
파도 소리 잘게 부셔온듯
발끝 뜨락에 떨구어지다

한뉘에 거듭없을 내음에
내 취함은 짤아도 모자라다
아니 내 취함은 섭리(攝理)인듯
능동(能動)이라 했던가

새벽 바람
어두운 대숲을 훓고
흔들림에 스치는 소리

분답한 일상을
새녘바다 물결에 씻어내고
댓잎에 털어 어둠에 날리고
자연(自然)으로 보고 또 보매
나 취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