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다
빈들에 푸르름 돋고 외론가지 꽃잎 떠는이제도 예나 같지만 같을 수 없는 게 사람이라
누굴 기다리는가
때에 피어나는 꽃보다 헤아림 없는
스스로가 한뉘인데 뉘라서 아니겠는가
우린 들을 떠나
뻔뜩이는 네온빛 아래 가쁜 숨으로
오늘에 마주하지만
여전히 헤아릴 수 없는 내일이라
예 같은 이 없는 빈들에
채워지지 않을 기다림은
봄 밤하늘에 홀로 나부낀다
돌아서는 길 한참을 바랜
수십년의 옛날이 그러하듯봄은 왔습니다
작년에 옮겨 심은 매화 꽃피고
냉이꽃 하얗게 덮인 텃밭에 햇살 따사로운
봄은 여전하게 보여지는데
하늘에도 텃밭에도 정지화면 같아
들려오는 건 완전히 비어 있어
들을 수 없는 봄인가 봅니다
지난 해 어머니 아버지
정지된 봄 날을 두고 가고 가시듯이
햇살은 허허로움으로 흐를 것입니다
치열한 봄이고 싶습니다
소리쳐 부르짖는 봄이 되고 싶습니다
나 사는 동안 이 적막이 아니라면
고통 중에 시간도 감사하다 하지만
그 시간도 이제도 두 손 놓고 있었음에
봄 날의 긴 한숨됩니다
생존에 의해서 주어진 시간을
생존을 위해서 써야기에봄을 잊고 그리움을 잃어버린 시간
그대 일상이라 부를 하루에 있었다바람에 쓸리고 추위에 말리어
빈들에 저 홀로 버팀이
차라리 홀로이기 다행이거늘
쓰라림은 사르지 못할 유업이기에
창백한 시간 끝모를 앓음이라
숨이차는 하루 내일에 넘기지만
결정권 밖의 내일이기에
내미는 손 누구인들 반가울수만 하랴
아니라
청산하지 못한 건 내미는 이도 마찬가지
사르지 못할 것처럼 버리지 못한 유업은
빈들에 홀로 버티는 이의 호흡이거늘
창백한 시간에 건지지 못하는 이의 쓰라림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