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3

다시 없어

 어디로 갔을까

태고의 햇살을 머금었고
영원을 노래하던 때여

어디로 갔을까
바라만 보아도 목매이고
함께만으로도 꿈결같은 때여

내 눈이 멀었나
마지막 바램의 모습이였다면
참으로 간단할 일

간단한 일 다시 없을 줄 알았듯
바램의 마지막 모습에는
내 찾는 햇살은 없고
내 가졌던 꿈결도 있지 않아
어디에 간 것일까

내 안에 갇힌 햇살은 달의 뒷면 되고
꿈은 돌아올 수 없는 탐사선되어
여기 내게 감각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세월에 드리운
여전히 지탱해야 할 책임 뿐

간 곳이 어딘지 몰라도
가버린 때에 끌어 잡는 부질함이라
찾은 들 이미 내 눈이 멀고
죽은 서로의 영혼만이 허망하니
내 무슨 까닭으로 찾을까

이제는
살아서도 다시 없을 그림자를
더는 찾지 않으려니
바램의 마지막 모습은
나의 힘겨운 현실로 놓인다


2008-06-18

자유에로

 불빛을 내리고

아스팔트 위로 물안개 올라
촉촉한 어둠이 더하는 들판에
머물지 못하는 시간이 흐른다

젖은 흙에 묻어나는
그림자는 물안개에 지워진다

내 것도 너의 것도 아닌
어둡게 젖은 들녘 하늘에 둔
맹세는 나의 발목을 잡는다

아쉬움도 부질없다
안타까움도 부질없다
그저 편안하냐 물어
너 편함은 너의 몫
나 편함은 나 바램일 뿐

나 편함은
부질없는 맹세 떨쳐내고
젖은 흙에 젖은 발로 들판을 가로질러
어둡고 비 오는 밤하늘에 홀로 선 자유라


2008-06-17

원천

시간의 앞뒤는 사람의 짓

존재하지 않았던 앞은
존재하지 않을 뒤를 근심하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지배한다

이 순간
존재하지 않음과 등가를 이루니
죽음을 인정한 존재되어
불안은 바람에 밀려간다

밀려간 자리
그 자리는 견뎌야 할 시간되어
권태라는 고통을 일군다

전에도 없었고 뒤에도 없을
존재의 시간은
권태의 울에 갇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