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16

먼발치

 말을 건넬 수도

손을 잡을 수도 없지만
내 눈길에 가득차고
세상은 뒷그림 되었다

아흔아홉 가지는 없어도
먼발치 바라볼 수 있는
한 가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2014-07-10

여름밤

마른 저녁이 내린다.
한웅큼 짤아 낼 듯하던 바람이
그대로 주저 앉은 여름 밤이다.


누른국시

 뜨겁던 햇볕 서쪽 산마루 넘어 저물어 가도

한낮에 더위와 아직 어둡잖은 여름 날 저녁

마당 가운데에 생풀 얹어 피우는 모깃불이라
모기가 달아 나는지 모여 드는지 알 수 없어

논에서 돌아 온 아버진 뜨락에 장화 벗어두고
어머닌 마루에서 누른국시 홍두께로 밀어썰고
집안엔 누른국시 삶는 냄새 그지 없이 좋았다

몇 십년이 지나
모깃불도 홍두께도 누른국시 찾을 데 없어지고

누른국시 짜투리 한 줌 떼어 불섶에 구어먹던
그 맛이 피자 맛이더라.


2014-07-02

편하기에

 사랑하지 않는 것 보다

사랑하는 것이 편하다

사랑은
살아있는 이 만이 할 수 있으며
자유로움에 비롯하기에
사랑하는 것은 편한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