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겨울비 젖은 듯하다
아직 찌부등한 몸을추스려 홀로 선 마당에비에 젖어 늘어진 마음되고꿈결은 젖은 풀잎처럼 짙게 우려나온다.
꿈은 계획하지 않아도 채워지는데나는 또 하루를 무엇으로 채울까
바닷가길엔 차 소리 끊어진지 오래고솔숲 건너 파도소리 무겁게 밀려오니비린내 스며든 내 넋은 잠을 잃었다.
파도란 바다에 자유로운 모습이데 파도란 육지를 탐하여 치지 않는다 파도란 바닷물이 바람에 흔들림이라
자유란 나로부터 이어가고 싶음이며자유란 나로부터 매여지고 싶음이라자유란 이 아닌 것에 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나는 바닷물처럼 바람에 흔들리어 이 밤 잠을 놓치고 우는 파도되니
정녕바람된 이로부터 이어지고 매여지고 싶음이라
하늘은 저 만치 흐려 흘러 가고마을엔 아이 울음 소리 끊어지다
내 시간을 말려서 기억을 팔아오리구름은 헬수 없는 무게로 실리고들리지 않는 소리 언제 다시 들을까
그렇다고 팔팔하진 않다
아무것도 두려움이 없다.그렇다고 강한건 아니다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다그렇다고 넉넉하지 않다
아무것도 아쉬움은 없다그렇다고 마냥좋지 않다
말을 건넬 수도
손을 잡을 수도 없지만내 눈길에 가득차고세상은 뒷그림 되었다
아흔아홉 가지는 없어도먼발치 바라볼 수 있는한 가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뜨겁던 햇볕 서쪽 산마루 넘어 저물어 가도
한낮에 더위와 아직 어둡잖은 여름 날 저녁
마당 가운데에 생풀 얹어 피우는 모깃불이라모기가 달아 나는지 모여 드는지 알 수 없어
논에서 돌아 온 아버진 뜨락에 장화 벗어두고어머닌 마루에서 누른국시 홍두께로 밀어썰고집안엔 누른국시 삶는 냄새 그지 없이 좋았다
몇 십년이 지나모깃불도 홍두께도 누른국시 찾을 데 없어지고
누른국시 짜투리 한 줌 떼어 불섶에 구어먹던그 맛이 피자 맛이더라.
사랑하지 않는 것 보다
사랑하는 것이 편하다
사랑은살아있는 이 만이 할 수 있으며자유로움에 비롯하기에사랑하는 것은 편한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