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어머니의 갑작스런 돌아가심의 충격도 가시기 전에
우선 대소변을 받아야 하는 아버지를 요양병동에 모셔두고
장례를 치르고, 극도로 불안정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자
한의원에 침술로 다소간의 기운을 차릴려고 하는 때
다시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9월 5일 퇴근후, 요양병동에 도착하여 침상의 아버지를 보니
열린 입안에 하얗게 혀가 말려있고 반쯤 뜬 눈이라
얼른 가슴에 손을 넣으니 아직 약간의 따뜻함이 남아 있는 걸 보아
내가 도착하기 직전 그렇게 말없이 가시었나 보다
저녁 식사 시간에만 하더라도 간병인 한테 떠 먹여 달라고 소리 질렀다는 분이
가실 때 간병인 조차 모르게 그렇게 가볍게 가시었나 보다
눈물이 나지 않는다
젊어서는 늘 자주 편찮아 했고 마지막 2년동안 죽을 듯이 아파하며
‘나 이번 주 못 넘긴다’하시던 말씀이 한 두번이 아닌터라
차라리 그 고통으로부터 해방 되었겠구나 하는 마음이 앞선다
어머님에 이어 더 이상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음에
침상에 누윈 아버지의 시신을 안고 삼십여분 기도와 회한에 잠기는 동안
아버지의 몸은 점점 싸늘히 식어갔다
생에 손과 발 귀와 입이 되어 주시던 어머님이 열이틀전에 황망히 가시고
어찌 영문도 모를 요양병동에 모셔두니 어머니가 ‘사고 났나?’하고
내게 눈치로 물으시길레 사실대로 먼저 가심을 알리니
아버지의 마음 또한 어머니에게로 달려가셨나 보다
아버지 당신보다 더 위험한 어머니 병환인데
당신 아푼 하소연에 어머니 염려는 두번째 되어
소홀한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죄책이 되고 말았다
아들이 아무리 잘한다해도 어디 아내의 손길만 하랴
어머니 손길 끊인지 열이틀 같은 시간에 아버지 당신마저 가시고 말았구나
아직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보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그보다 무엇을 어덯게 해야 할지 막막함이 먼저이고
슬픔은 나중일 것 같다
나 불효함의 후회스러움은 오랜시간 두고
내 슬픔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