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3

새벽

새벽 한시반 불끄니 안밖이 어둠이다

바닷가길엔 차 소리 끊어진지 오래고
솔숲 건너 파도소리 무겁게 밀려오니
비린내 스며든 내 넋은 잠을 잃었다.

파도란 바다에 자유로운 모습이데 
파도란 육지를 탐하여 치지 않는다 
파도란 바닷물이 바람에 흔들림이라

자유란 나로부터 이어가고 싶음이며
자유란 나로부터 매여지고 싶음이라
자유란 이 아닌 것에 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바닷물처럼 바람에 흔들리어 
이 밤 잠을 놓치고 우는 파도되니

정녕
바람된 이로부터 
이어지고 매여지고 싶음이라


2014-10-18

가을 빛

가을 빛은 
끝 모를 고요함으로
뜨락을 가득 메우고
홀로 앉은
사람에 마음 자리는
떨쳐 낸 나뭇잎 같아


2014-09-25

부합

나는 사람 하나
더한 것도 없고
덜한 것도 없는
때론 지독한 존재감으로
때론 꺼질듯 초라함으로
그래
초라함도 존재감도
전제는 관계
나는 무엇과 관계인가
결국
내 이기에 관계라
내 이기가 
관계에 이익으로 부합함이라



2014-09-20

가을

가을은 노오란 우체통을 품고
빈 우체통만큼 적막한 뜨락에
설익은 단감은 마음만 바쁘다.

2014-09-01

기억

내 눈물을 말려서 시간을 팔아오리

하늘은 저 만치 흐려 흘러 가고
마을엔 아이 울음 소리 끊어지다

내 시간을 말려서 기억을 팔아오리
구름은 헬수 없는 무게로 실리고
들리지 않는 소리 언제 다시 들을까


2014-08-01

아무데도

아무데도 아픈데는 없다

그렇다고 팔팔하진 않다

아무것도 두려움이 없다.
그렇다고 강한건 아니다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다
그렇다고 넉넉하지 않다

아무것도 아쉬움은 없다
그렇다고 마냥좋지 않다


2014-07-16

먼발치

 말을 건넬 수도

손을 잡을 수도 없지만
내 눈길에 가득차고
세상은 뒷그림 되었다

아흔아홉 가지는 없어도
먼발치 바라볼 수 있는
한 가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2014-07-10

여름밤

마른 저녁이 내린다.
한웅큼 짤아 낼 듯하던 바람이
그대로 주저 앉은 여름 밤이다.


누른국시

 뜨겁던 햇볕 서쪽 산마루 넘어 저물어 가도

한낮에 더위와 아직 어둡잖은 여름 날 저녁

마당 가운데에 생풀 얹어 피우는 모깃불이라
모기가 달아 나는지 모여 드는지 알 수 없어

논에서 돌아 온 아버진 뜨락에 장화 벗어두고
어머닌 마루에서 누른국시 홍두께로 밀어썰고
집안엔 누른국시 삶는 냄새 그지 없이 좋았다

몇 십년이 지나
모깃불도 홍두께도 누른국시 찾을 데 없어지고

누른국시 짜투리 한 줌 떼어 불섶에 구어먹던
그 맛이 피자 맛이더라.


2014-07-02

편하기에

 사랑하지 않는 것 보다

사랑하는 것이 편하다

사랑은
살아있는 이 만이 할 수 있으며
자유로움에 비롯하기에
사랑하는 것은 편한 것이라


2014-05-31

아침

빛은 물위에 흐르고
어지러운 자국만 남긴 물가엔
소리없는 아침이 흐른다.

2014-05-26

시간이 아프다

토할듯이 내지른 빛깔이라

열흘이면 지고 말것을
한 해를 견디어 질러내다

시간이 아프다

남김은 없지만 다할 수는 없다.
하루 나절로 닫힌 시간일지언정
내 한 뉘를 쏟아 낼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