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29

엄마

 내 육신의 한쪽이 한순간에 짤려나가는 아품이 이러할까 

창백한 엄마 볼에 내 얼굴을 부벼도 아무 말씀없이 그저 편안히 잠든 모습일뿐 
점심나절 육촌형님한테 병원갔다온 결과가 어떠냐고 묻고 가고 
거동못하는 아버지의 손발이 되어 소변을 받아내었던 어머니가 
저녁 한나절 어인일로 다시 못올 길을 가고 말았던가 
그것도 텃밭에서 한순간에 . . . .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 / 
뇌혈관질환을 가지고는 있어 우려는 했지만 
아버지 먼저 가고 남은 여생 편히살다 갈거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내 앞에 던져두고 
어찌 이렇게 황망히 갈 수 있는가….. 
당신 몸의 질환도 만만찮으니 고생하실 남은 생을 접고 가심이 복인가 하고 위안도 해보지만 
평생 고생으로 늙어서는 아버지의 병수발로 단 한때의 당신 스스로의 즐거운 때를 가져보지 못하고 
남들이 다 산다는 평균연령으로도 못 살아 보고 
어찌해서 아버지보다 먼저 가셨는지… 
올가을 암송과제인데 글씨가 작아 안보인다고 컴퓨터로 크게 써달라고 하여 
히브리서 11장 1절에서 14절까지 큼직하게 써서 다음날 가져 가려고 준비했는데 
엄마 어찌하여 벌써 가셨습니까… 
나 엄마한테 일하지 말라, 무리하지 말라, 하지 않아도 되는 텃밭농사 하지 말라고 
화도내도 말려도 보고 다투기도 했지만 
사실 난 엄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아들인데… 
엄마 난 사십년 넘게 살면서 단 한번도 겁나거나 두려운 적 없었는데 
엄마 없는 이후의 시간이 솔직히 난 너무 두렵고 겁이 난다 

엄마 나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