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연구소 이사장 박석무님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중에서 가져옴
다산은 <속유론>(俗儒論)이라는 글에서 참된 선비와 속된 선비에 대한 분명한 구별을 시도했습니다. 제발 속된 선비는 물러가고 참된 선비들이 나라와 세상을 지배하는 때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어떤 사람이 참된 선비이고 속된 선비인가도 제대로 설명해 놓았습니다. 선비라는 이름으로 학문에 종사한다고 말은 하지만 세상의 물정도 모르고 시의(時宜:당대 문제의 해결책)를 알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유자(儒者)들이 많던 시대에, 참된 선비를 희구하던 다산의 뜻은 너무나 간절했습니다.
“참된 선비의 학문은 본디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편안히 하고 외적을 물리치고 재용(財用)을 넉넉하게 하고 문식(文識)과 무략(武略)등에 처리하지 못할 바가 없고자 하는 선비이다.” (眞儒之學 本欲治國安民 壤夷狄裕財用 能文能武 無所不當)라고 하여 정치, 경제, 국방, 외교 등에 능통한 능력을 지닌 학자임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럴 능력은 없이 “옛사람의 글귀나 따다 글이나 짓고, 벌레나 물고기 등에 대한 주석이나 달고, 소매 넓은 선비 옷을 입고서 예모(禮貌)만 익히는 것이 학문이겠는가.”라고 속된 선비들을 질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산은 더 구체적인 예를 듭니다. “맹자(孟子)는 양(梁)나라와 제(齊)나라 임금들이 너무 전쟁만을 좋아하기에 인의(仁義)를 강조해주었는데 임금의 부족한 부분을 충고해준 것이지 인의를 제외한 다른 일을 알지 못해도 된다.”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자세히 설명하면서 인의만을 논해야 진짜 학문이고 형법, 병법, 재정, 세정(稅政)등을 논하면 모두 잡학(雜學)이라고 여기던 잘못된 학문 풍토에 엄정한 비판의 논리를 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200년이 지난 오늘의 참된 선비는 어떤 사람일까요. 현대의 모든 학문분야에서 각 분야에 가장 뛰어난 전문적 지식과 실용에 응할 능력을 지녔으면서도 인의(仁義)를 제대로 논할 수 있는 도덕성을 지닌 사람이 아닐까요. 다산에게 여쭙고 싶지만 지하에 계신 다산은 말씀이 없으시니 답답할 뿐입니다.
박석무 드림 ( 다산연구소이사장 http://www.edasan.org )
참된 선비와 속된 선비
글쓴이 : 박석무 날짜 : 04-12-15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