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을 유럽의 사유 방법으로 설명하면 우주의 처음 기원이 빅뱅이고 빅뱅의 대폭팔로 무한히 팽창하여 가는 것이 우주공간이라고 설명을 한다. 이 이론의 보완적인 설명으로 수축하는 공간의 블랙홀의 설명도 결들이고 있지만, 이러한 유럽의 우주관은 근본적으로 시작과 끝을 단위로 놓고 생각하는 방법에는 예나지금이나 큰 차이 없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관은 사물을 생성할 때도 순서 있게 처음부분과 끝부분으로 나뉘어 상당히 합리성 있게 보이는 듯하다. 그래서 앞과 뒤 과 같을 수 없으며, 위와 아래가 같을 수 없으며, 왼쪽과 오른쪽이 같을 수 없다그러나 “한”의 모습을 말할 때 그러한 처음과 끝의 일목요연한 순서는 무의미하다.
처음과 끝이 없다.
임의의 처음과 끝은 있을지 몰라도 원래부터의 처음과 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예를 들어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고 말할 때, 움직이는 것은 정지한 것에 대한 상대적인 서술인 바, 태양을 정지한 상태로 파악한 상황에서 지구는 돈다는 말이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태양은 정지한 상태의 별이 아니다. 태양은 은하계를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으며 은하계는 다른 은하계와 상대적인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이 우주공간에는 절대 정지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절대정지야 말로 절대적인 좌표가 될 수 있으나 불행히도 우리의 좌표는 임의 좌표이지 절대좌표는 될 수 없다.
새로운 천문학에서는 지구의 태양을 상대로 하는 공전을 태양 인력(引力)이기보다는 시공간에서 지구가 움직임과 태양의 움직임이 각각인데 공전의 현상은 그 교차되는 현상의 일부라고 한다.
다시 말해 지구는 달아 날려하는데 태양이 억지로 붙들어 매여 두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말은 기존의 순서 있는 가치를 무너뜨리는 관념이다.
우리는 순서 있는 관념에 너무나 익숙하여, 순서 없고 앞뒤 구분되지 않는 사물을 뭔가 잘못된 것처럼 판단한다.
그래서 우리의 “한”의 모습을 / 스스로의 모습을 천시(뒤틀린 사대)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나이면서 동시에 많음이란 순서 있는 논리로서는 설명이 안 되며
부분이면서 전체를 말하는 ‘한’은 분명히 기존 자연과학적 논리로서는 설명이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그것이 흐리멍텅하고 사리 분별없는 것처럼 치부되기 일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민족의 사유방식에는 면면히 이어져와 ‘핫바지’의 앞뒤 구분 없는 모습과 세계에서 앞뒷면이 같은 유일한 동전 화폐인 엽전(상평통보) 등으로 현실 물건에서 표출된다고 본다.
실제로 지판(支阪:일본)에게 강점 당하였을때 그들이 비아양거리는 말로 조선인은 ‘핫바지’라고 표현하면 그 말이 아직도 앞뒤가리지 못하고 사리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하하여 이르는데 쓰이기도 한다.
정말 앞뒤가리지 못하고 사리분별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게 말하는 이가 정말 수준 낮은 사고(思考)를 가졌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합바지와 엽전은 그야말로 한의 모습을 현실에 담아낸 모습이며 그 모습에는 우주를 아우를는 관점이 들어 있다.
우주에 순서가 있다면 그것은 임의의 점이지 절대적인 위치란 있을 수 없으므로 처음과 끝의 순서란 없다. 천부경의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을 그대로 사물에 적용한 사례가 바로 핫바지이며 엽전이며 이는 우주의 모양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