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밤
달은 비 올것 같은 하늘에 숨어 들고바람결에 라일락 내음 스치니
그리는포근한 봄에 밤이라
겨우내 서릿발로 꼿꼿하더니
우수(雨水) 지난 비에 눅눅하다
사각거리는 대숲엔
늦겨울 시린 바람 밀려나고
귓볼 간지런 바람 찾아든다
그토록 찢어지게 너덜한 겨울은 가고
봄 날에는 분홍 빛 만으로도
넉넉한 그리움으로 채워 지겠지요
한 조각 바람이 씻겨간
골 깊은 고요는 태고인듯 한데
알피엠 이천사백 엔진소리로 흐른다
한 나절 때가
녹아내리는 봄눈 보다 짤디 짧지만
마른 저수지에 한 웅큼 길러 넣듯
겨를을 채우나니
좀 더 시절을 더한다면
참 편한 삶이라 여길만한데
차창에 흐르는 봄비 젖어들듯
씻겨가는 바람에 기다림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