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8

더위_2

더위는 온 몸을 감싼다

조절할 그 무엇 있으랴

한생각 온 시간 메운다
조절할 그 까닭 있으랴


2013-08-06

상사화(想思花)

돌아 본다

평지에 돌출한 꽃무릇
이름하여 상사화라

햇살 좋은 이른 봄
짙푸른 잎 키워내고
여름 오니 시들어 흔적 없더니
늦은 여름 화려한 분홍 웬일인가

꽃은 잎을 보지 못하고
잎은 꽃을 보지 못해도
한뿌리 한 몸이라


2013-08-01

푸르는

푸른 여름은 들녘에 스치고
뜨거운 시간은 설레임이라
한계는 하염없는 시간되다

2013-07-29

개새끼

찾아오는 건
이웃 집 개새끼
잔디에 똥 내지르고 달아난다
패죽일 방법 없을까


2013-07-28

여름 밤

 수풀의 시끄러운 소리

그냥 벌레소리라 하고
아무도 어느 벌레인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느 벌레의 명멸해가는
아우성일지도 모를 여름 밤
아무도 기억하는 이 없이
어둔 수풀에 잠기고

선풍기 모터소리
시끄러움이라 말하지 않는다


2013-07-12

슬프고 싶다

 여름은 맺음이라

피고 진 꽃 어디
슬픈 일이다

여름도 저버린 때
꽃 찾아 보았으니
슬프고 싶다


계획

 또 다시 시간을 노래한다

계획하여 온 것이 아니듯
계획하여 갈 일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계획하였고
계획할거란 걸 우리는 안다
그리고 그걸 믿음이라 한다

다만 착각하는 건
내일에 오늘을 두는 일이라

제 계획이 아닌 내일에 오늘을
미루는 건 권한 밖에 일이라
시간에 욕심을 두는 것과 같으니

오늘에 아낌없는 시간으로
나는 이미 이루어지는 것
그 밖엔 계획한 이의 몫이라


2013-07-10

촌년

 비 뿌리는 하늘을 삼킨 흐린 바다가 울고 있다

빗줄기와 파도가 부서지는 방파제 끄트머리
한 뉘를 같이 하여도 외로운 이 홀로서 울고있다

촌년 오십년을 바랜 산천은 누구에게 기억되나
늙은 애비 보듬지 못 한 시간 가슴에 쓰라리니
홀로 남겨진 시간 그 누가 알아 줄건가

사랑이여! 니가 거짓이라면 죽음까지 이르르고
슬픔이여! 니가 참말이면 너 남은 시간 일러라
비 뿌리는 좌표 없는 바다에 홀로 남겨진 촌년이라



2013-07-07

장마

 어쩌랴

오고 감을 정한 거 아닌데
슬픔은 가슴을 쓰리는 거

몇 날에 비내려 수백미리
아득한 어미 기억에 돌아갈제
비 끝에 씻기운 탯줄 쓰라림

여름 하늘 파르하지 않아
턱 받치는 더위에 흐린 구름
저 하늘을 넘고 싶다

단절에 가는 이
이미 내 안에 와 있는데
슬픔은 분별에 있어 칼질하나니

윈도부러쉬 부러져 흐르는 비
이대로 끝나지 않을 시간이라면
질퍽임은 양수(羊水)에 귀의(歸依)라

뿌연 구름 먼 산 넘어가고
해석하지 못할 교감(交感)에 혼돈(渾沌)의 시간
그리움은 영원에의 희망이라


2013-07-03

 

씨앗 하나
바람이 뿌려
싹이 트다

그 조건에 맞음이라


2013-06-27

삼백리

 새녘바다 달 떠오르고

삼백리길 지나
한 밤 대숲에 가리우다

대숲 바람은 어둠에서
파도 소리 잘게 부셔온듯
발끝 뜨락에 떨구어지다

한뉘에 거듭없을 내음에
내 취함은 짤아도 모자라다
아니 내 취함은 섭리(攝理)인듯
능동(能動)이라 했던가

새벽 바람
어두운 대숲을 훓고
흔들림에 스치는 소리

분답한 일상을
새녘바다 물결에 씻어내고
댓잎에 털어 어둠에 날리고
자연(自然)으로 보고 또 보매
나 취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