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2

벗꽃

찾는 이 없고 
부르는 이 없는
천지에 벗꽃은 흐드러지게 피었건만
내 눈에 너절한 종이 가루 같다

2014-03-29

봄비

비가 내린다.
봄비라 한다.
비젖은 참꽃
사람 맘 같이
짙어져 있다.

2014-03-28

아침 시간

 씻기도 귀찮을 정도로 고요한 아침

그래, 
아무것도 하지않음이 
결국은 내가 가지는 시간이라

나 시간에 머물지만
시간은 내게 머물지 않아
또 하루를 비우든 채우든 가고 말겠지

그렇게 가고마는 시간에
인연은 흔적마저 희미해져
지난 가을 시들은 풀잎이 새봄 새싹에
사그러져가듯 사라지겠지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강물이 흐르면 흐르는대로
욕심도 그리움도 던져두고
내 채워도 비워도 가고마는
하루를 버티어 가겠지



봄-

어이하나
봄은 이만치 왔는데

어이하나
꽃은 저만치 피었는데


2014-02-23

봄이 온다

봄이 온다

봄이 오면 겨우내 잠들었던
나를 찾아 헤매인다

봄날에 
헤매이다 문득
망울져 기다리는 꽃잎에 만나다

2014-02-22

오늘

 어제 죽은 이가 그렇게도 바라던 오늘이라지만
죽은 이가 하루 더 살아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2014-02-21

파도

 파도란 바닷물이 타의에 의한 흔들림이다.


항구

 우수 지난 이월

갯가에 새벽 바람이 차다

바람에 뭍은 비린내가
술 취한 아침을 깨우니
천만번 오고가는 항구에 꿈처럼
언제라도 감싸이고픈 약속이라


2014-02-19

우수(雨水)

맨발에 닿는 마른 잔디

겨우내 서릿발로 꼿꼿하더니
우수(雨水) 지난 비에 눅눅하다

사각거리는 대숲엔 
늦겨울 시린 바람 밀려나고
귓볼 간지런 바람 찾아든다

그토록 찢어지게 너덜한 겨울은 가고
봄 날에는 분홍 빛 만으로도
넉넉한 그리움으로 채워 지겠지요


2014-02-18

바람 조각

 한 조각 바람이 씻겨간

골 깊은 고요는 태고인듯 한데
알피엠 이천사백 엔진소리로 흐른다

한 나절 때가
녹아내리는 봄눈 보다 짤디 짧지만
마른 저수지에 한 웅큼 길러 넣듯
겨를을 채우나니

좀 더 시절을 더한다면
참 편한 삶이라 여길만한데
차창에 흐르는 봄비 젖어들듯
씻겨가는 바람에 기다림만 남는다.


2014-02-10

입춘-2월

입춘에 드는 촌에 눈비 내린다

흐린 하늘 까닭 없이 애달프다

매화 봉오리 눈비에 젖었건만
피어나지 못한 꽃처럼 시드니

이월 젖은 하늘은 흐리고 흐려
홀로 드는 봄이 한 없이 아퍼라



2014-01-24

샛별

새벽 새녘에 남은 별 하나

엊 저녁 처음 보았던 너라

날 새고 뭇별들이 밀려나고
햇빛에 너도 볼 수 없었구나

하지만 잊은 듯 하루가 저물면
내 뜰에 다시 별이 되어 이르겠지

정작 밤에 지고 낮에 뜨는 별이라
빛과 함께하지만 그 빛에 볼 수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