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할듯이 내지른 빛깔이라
열흘이면 지고 말것을
한 해를 견디어 질러내다
시간이 아프다
남김은 없지만 다할 수는 없다.
하루 나절로 닫힌 시간일지언정
내 한 뉘를 쏟아 낼 지어다
겨우내 서릿발로 꼿꼿하더니
우수(雨水) 지난 비에 눅눅하다
사각거리는 대숲엔
늦겨울 시린 바람 밀려나고
귓볼 간지런 바람 찾아든다
그토록 찢어지게 너덜한 겨울은 가고
봄 날에는 분홍 빛 만으로도
넉넉한 그리움으로 채워 지겠지요
한 조각 바람이 씻겨간
골 깊은 고요는 태고인듯 한데
알피엠 이천사백 엔진소리로 흐른다
한 나절 때가
녹아내리는 봄눈 보다 짤디 짧지만
마른 저수지에 한 웅큼 길러 넣듯
겨를을 채우나니
좀 더 시절을 더한다면
참 편한 삶이라 여길만한데
차창에 흐르는 봄비 젖어들듯
씻겨가는 바람에 기다림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