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7

낙화유수(落花流水)

 ———————————- 고병(高駢)

떨어진 꽃잎 물결에 흐르니 세상 이치로다
한가로이 술취해 흥얼대며 나 홀로 왔노라
님 계신곳 알길 없어 슬픈마음 아퍼하는데
살구 복숭아꽃 활짝 피어 뜨락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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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자불우(訪隱者不遇)

낙화류수인천태(落花流水認天台)
반취한음독자래(半醉閑吟獨自來)
추창선옹하처거(惆愴仙翁何處去)
만정홍행벽도개(滿庭紅杏碧桃開)


2013-06-15

유월 아침

유월 아침 나절

한 잔의 뜨거운 커피
텅 빈 하루를 끍어내다

찾아와 보이는 건
밥 굶은 옆집 개새끼
거름터를 뒤적이다
썩은 빵조각 물다 말고
할 일 없는 모습으로
비실비실 돌아가고

마당엔
유월 묵직한 햇살이 흐른다


2013-06-13

유월

물결은 하얀 바람에 붙잡히고

천상에 부드러움 나를 감쌀때
내 팍팍한 시간은 함몰되다

발길은 푸른 불빛에 흔들리고
천만번 오고감이 예스럴 질때
네 오롯한 시간에 남겨지다


2013-06-07

성애(性愛)

발근촉진제 바른

능소화 가지를 병에 담았다

에릭프롬은 말한다
완전한 융합
그러나 모른다
모든 사랑은 하나이다

짤린 가지가 다른 개체되는 건
인간 인식에 의한 분별일 뿐

분별, 분리가 있어도
융합된 모습 의식할 수 있는 건
또한 인간 인식이라
그러나
존재 모습은 분리에 있고
분리에 힘겨워하다




2013-06-05

풀약

 풀약을 치다

풀약은 풀을 죽이는 약이다

잔디엔 골라 죽이는 약으로
빈밭엔 마구 죽이는 약으로

죽이는 것
잡스러운 것들을 없이하다

죽이는 것
바라는 바 살리고잠이라

인위(人爲)라함도
사람 있는 자연이라


2013-06-03

예초기

 망초

달맞이꽃
개보리
지씸으로 가려지다.

바라는 바
사람의 욕심에서
깔끔한 그림으로

풀을 베다

예초기에 짤린
진한 풀내음
나는 그 내음이 좋다



2013-05-31

물 한 그릇

 대숲은 잠들고

고라니도 울지않는다

기차소리 어둠에 묻히고
달은 보이지 않는다

물 한 그릇에
팔백년의 북극 별빛을 담아
순간에 공존하매 희열하고
영속에 공유 못해 쓰라리다

달빛 지워 기차소리 어둠에 버리고
물 한 그릇 대숲 바람소리 담아
순간에라도 공유하련다


2013-05-28

봄의 끝 빗소리에 긁히다

 풀나무 수억 기억이 살아나다

사람은 얼마 기억일까

백년 시간에 차떼고 포떼고
의식 시간에 점철된 기억은
빗소리 시간이 어지럽다

물오름 넘치는 풀나무
메마름 견딘 시간처럼
퍽퍽한 시간을 칼질하다

여름을 여는
이제야 넉넉한 빗소리
이미 봄은 가고 보리 가실인데
비는 또 보리 대궁을 썩힐꺼라


2013-05-24

들에

꽃이 흐른다

열맨 필요치 않다
그래서 안타까움이다

바다엔
달빛이 흐른다
눈물에 어리는 달
어두운 하늘 물들이고
뛰는 가슴 내일의 아품이다

꽃은 시간이다


2013-05-20

분별(分別)

 비가 내린다

푸른 오월 싱그럼을 더하는
비가 내렸다

영산홍 지고 하얀 수국 피었다
장미 터진 봉오리 붉은 속내 보이고
비 젖은 오월을 숨가쁘게 몰아간다

장미가 수국이고
수국이 장미이랴
아니라 함도 내 분별이 아니던가

기이(奇異)하담도
내 못난 분별에 바탕함이려니
되려 당연(當然)이라


2013-05-15

봄밤_2013

손톱같은 달은 기울고

캄캄한 뒷산 능선 따라 내리는
아까시 내음이 머리를 흔든다

한낮 삼십도 여름이라 하건만
솔꽃가루 진 밤하늘 아까시 에우니
여전히 흔들리는 봄밤이다

뒤뜰 밤새 한 길 돋은 오죽(烏竹)
잘 키워 기품있는 검은 대 보려니
아직 푸르러 여린 줄기라
기다리는 내내 조리는 가슴이다.




2013-05-11

달빛

초하루

달은 어디에
달빛을 따라 간다

달에는 달빛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