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녘바다 달 떠오르고
삼백리길 지나
한 밤 대숲에 가리우다
대숲 바람은 어둠에서
파도 소리 잘게 부셔온듯
발끝 뜨락에 떨구어지다
한뉘에 거듭없을 내음에
내 취함은 짤아도 모자라다
아니 내 취함은 섭리(攝理)인듯
능동(能動)이라 했던가
새벽 바람
어두운 대숲을 훓고
흔들림에 스치는 소리
분답한 일상을
새녘바다 물결에 씻어내고
댓잎에 털어 어둠에 날리고
자연(自然)으로 보고 또 보매
나 취함이라
새녘바다 달 떠오르고
삼백리길 지나
한 밤 대숲에 가리우다
대숲 바람은 어둠에서
파도 소리 잘게 부셔온듯
발끝 뜨락에 떨구어지다
한뉘에 거듭없을 내음에
내 취함은 짤아도 모자라다
아니 내 취함은 섭리(攝理)인듯
능동(能動)이라 했던가
새벽 바람
어두운 대숲을 훓고
흔들림에 스치는 소리
분답한 일상을
새녘바다 물결에 씻어내고
댓잎에 털어 어둠에 날리고
자연(自然)으로 보고 또 보매
나 취함이라
허허로운 빈터
하루 아침에 돋아난게
그저 바람 뿌려 돋아 남이 아니다
오랜 시간 땅속 줄기(地下莖)
제 키만큼 뻗어나가
오월 어느날 한숨에 솟구침이라
여리고 무르지만 굳은 땅은 물론
비닐도 뚫는 성질이 있다 한다
행여 돋지 말아야할 것이라
분질렀다면 다시 솟지 않을 거라
하지(夏至)가 지나고
감쌓던 줄기 껍질을 떨쳐내고
펼치는 가지 하늘하늘 연두빛
아직은 여린 잎이라
하지만
이제 분질러도 죽지않는다
분지른 자리에 솟구치지는 못하지만
잘게라도 다시 돋아나
결코 그 푸르름을 포기하지 않는다.
———————————- 고병(高駢)
떨어진 꽃잎 물결에 흐르니 세상 이치로다
한가로이 술취해 흥얼대며 나 홀로 왔노라
님 계신곳 알길 없어 슬픈마음 아퍼하는데
살구 복숭아꽃 활짝 피어 뜨락에 가득하다
———————————————
방은자불우(訪隱者不遇)
낙화류수인천태(落花流水認天台)
반취한음독자래(半醉閑吟獨自來)
추창선옹하처거(惆愴仙翁何處去)
만정홍행벽도개(滿庭紅杏碧桃開)
한 잔의 뜨거운 커피
텅 빈 하루를 끍어내다
찾아와 보이는 건
밥 굶은 옆집 개새끼
거름터를 뒤적이다
썩은 빵조각 물다 말고
할 일 없는 모습으로
비실비실 돌아가고
마당엔
유월 묵직한 햇살이 흐른다
능소화 가지를 병에 담았다
에릭프롬은 말한다
완전한 융합
그러나 모른다
모든 사랑은 하나이다
짤린 가지가 다른 개체되는 건
인간 인식에 의한 분별일 뿐
분별, 분리가 있어도
융합된 모습 의식할 수 있는 건
또한 인간 인식이라
그러나
존재 모습은 분리에 있고
분리에 힘겨워하다
풀약을 치다
풀약은 풀을 죽이는 약이다
잔디엔 골라 죽이는 약으로
빈밭엔 마구 죽이는 약으로
죽이는 것
잡스러운 것들을 없이하다
죽이는 것
바라는 바 살리고잠이라
인위(人爲)라함도
사람 있는 자연이라
대숲은 잠들고
고라니도 울지않는다
기차소리 어둠에 묻히고
달은 보이지 않는다
물 한 그릇에
팔백년의 북극 별빛을 담아
순간에 공존하매 희열하고
영속에 공유 못해 쓰라리다
달빛 지워 기차소리 어둠에 버리고
물 한 그릇 대숲 바람소리 담아
순간에라도 공유하련다
풀나무 수억 기억이 살아나다
사람은 얼마 기억일까
백년 시간에 차떼고 포떼고
의식 시간에 점철된 기억은
빗소리 시간이 어지럽다
물오름 넘치는 풀나무
메마름 견딘 시간처럼
퍽퍽한 시간을 칼질하다
여름을 여는
이제야 넉넉한 빗소리
이미 봄은 가고 보리 가실인데
비는 또 보리 대궁을 썩힐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