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19

아버지

 열네달 전 부푼 배가 쥐어짜는 통증에는 그나마 홀로 가눌 수 있었다 

기능성 소화장애…낫게할 수 있는 약은 없다 
그저 완화된 통증만을 기대하며 
지난 여름 워낙에 헐은 곳 많아 그러려니 한 종기 하나가 
가을 지나고 커져 피고름 쏫아내어 
불가능할 것 같은 전신마취 견디면 떼어낸 결과 
피부암이였다…잔존하는 건 방법없다 

설쇠고 더욱 떨어진 기력은 
마려워도 나오질 않는 벌써 일주일 
그 답답함을 아니 모른체 할 수 있으랴 
오랜 질병휴유로 형체 무너진 손발이  
다시금 부어 오르고 야윌대로 야윈 
살갖이 헐어 팔꿈치 뼈를 스치우는 통증에 
더 이상 일그러질 표정도 잃은 얼굴에 
홀로 지을수 있는 건  
가득 고인 눈물 뿐이런가 

보청기 볼륨 아무리 높혀도 알아 들을 수 있는 말 몇 안되고 
혼자만의 말씀만 되뇌인다 
나 죽거든…… 

골다공증과 뇌경색 휴유증을 있는 어머니의 간병은 
기도의 힘마져 지칠대로 지쳐가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살아 있다는 것을 축복인가… 

2007-01-16

보호자 대기실

동산의료원 4층 수술실 보호자 대기실

ㅇㅇㅇ 68 흉부외과…… 수술중
ㅇㅇㅇ 77 외과(혈관이식) 수술중
ㅇㅇㅇ 28 부인과……. 수술중
ㅇㅇㅇ 7 성형외과…… 수술중
ㅇㅇㅇ 34 신경외과…….회복중
모니터에 스크롤되는 글자가 들릴듯
삼십명 남짓 모여 있는 공간에 정적이 누른다

밤새 간병한 흔적이 역력한 부시시한 차림에
밀납같은 표정이 흐른다

사랑하는 이의 고통과 생사의 흐름은
모니터 뒤 벽넘어 불안한 상상에 두고
회복이라는 글자에 입술이 타도록 기다린다

한시간-두시간-세시간
벽넘어 호흡기계 돌아가듯
보호자 대기실 호흡 또한 계산되고 있다



2006-12-20

관계

잊어버린 공간만큼이나 멀어진 시간이라
목적보다 수단에 치우쳐 공유되었던 세월
매립된지 오래이고

거짓이라 할 수 없지만
너에게서 나의 정체성없어
목적은 빛바래고 수단은 구차하다

친구여
어쩌면 나는 너를 적으로 삼아야
너를 목적하는 바 될것 같아
다시는 너를 찾지 않겠다

2006-12-09

하루

피곤하다…. 그래서 편하다 )

2006-12-05

겨울 강

 겨울

얼지 않는 강바닥에
겨울바람 쓸려간 자국

그 쓸쓸한 기슭에
남겨진 지난 여름 홍수 물자국
황토물 가득 넘치며 내지르던 강물은
아득한 시간이 되어 기억 되고

여름날은
쓸려 간 것일까
흘러간 강물이라



2006-11-10

마른 잎

마르지 않으면 썩을 꺼나
썩지 않으면 말라야 겠지

질펀한 여름의 기억은
어둑스레한 십일월 저녁 비에
수치스러움인양 내팽겨쳐지고
잡스러움으로 버려진다

떨지 못할 이파리 있으랴
새록새록 남겨진 기억마져
시린 바람에 가냘프게 떨어질듯
애끓이는 시간만 더하다

겨울이 오면
질펀한 현실 없어도
한 잎 생각으로 다시 볼거나



2006-10-24

잎새

 더는 푸르를 수 없지만

아직 마르지 않은 살이라

차거움에 호흡은 멎었지만
아직 막히지 않는 물기 어린 줄기라

얼마의 때가 남았을까

저무는 노을마다 하루를 세는 날이
길게 뉘어서라도 세우고 싶은 밤이라



2006-10-19

 길은 새 길이지만

가을 어느 날
걸러진 햇살에
물들린 산천은 그대로다

어제/오늘/내일은 다르겠지만
지난해/올해/다가올해 마찬가지라
사람은 낮설지만
가는 길은 여전하다



2006-10-14

아픔

타는 목마름을 가졌던가

지친 몸에
새겨진 아픔도 그리움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