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을 가졌던가
지친 몸에새겨진 아픔도 그리움이라
기다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기다렸은 기억되지 않는다 가을은 깊어가고 시간은 다만 마른 잎 떨구어 흩어낸 어즈러움을 미안하다 시간이여 |
오름의 턱받이에 텁텁한 물기는
쥐어짜면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다
넘어서는 오름에 불어오는 바람은
갓 씻어낸 가슴에 물기 훔치는 듯하다.
오름이라
바람이 씻어 만들었나 보다
뭉글뭉글 너울대며 스며드는 부드러움이
상기된 가슴 보다 더 한 것 같다
나 아닌 다른 이를 너라 이르고
내게 너를 누구라도 그럴 이라 이르지만
나 역시 너에게 누구라할 이가 되는 걸
너를 기억하는 것은
너에게 내가 기억됨이 알길 없기에
내 심한 외로운 기억이라
기억의 시간만큼 기억을 더할 제
아무도 기억할 이 모를 것이기에
믿어지는 오늘에 공허함이라
그리고
난 누구에게라도 아무나로부터
기억에나 시간으로부터
풀어져 마냥이고 싶다
비는 봄밤에 익숙하게 내리고
익숙한 만큼 편함도 더하다
비는 어둠에 빈자리 밤새 스미고
스며든만큼 아쉬움도 더하다
소녀의 모습 안개속 가로등불 뒤로 사라지고
비는 차양천막 위에 때국물 되어 흘러
번뜩이는 가게 아줌마의 빠쁜 손놀림
이것이 인생이란다
네 아무리 용을 쓴들
오늘밤도 지나간 일로 지워질 것이라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너 다시 찾음은 지극히 나의 교만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