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들도 흙바람
봄가뭄 더 없는 따사한 햇살로
시간은 길게 뉘인다
어느때 어느 순간에 떠남이
닥칠지 모르는 시간시간이 오늘을 잇고
당신 가는 길이 서글픈 건가
나 가는 길이 서러운가
열네달 전 부푼 배가 쥐어짜는 통증에는 그나마 홀로 가눌 수 있었다
기능성 소화장애…낫게할 수 있는 약은 없다동산의료원 4층 수술실 보호자 대기실
ㅇㅇㅇ 68 흉부외과…… 수술중
ㅇㅇㅇ 77 외과(혈관이식) 수술중
ㅇㅇㅇ 28 부인과……. 수술중
ㅇㅇㅇ 7 성형외과…… 수술중
ㅇㅇㅇ 34 신경외과…….회복중
모니터에 스크롤되는 글자가 들릴듯
삼십명 남짓 모여 있는 공간에 정적이 누른다
밤새 간병한 흔적이 역력한 부시시한 차림에
밀납같은 표정이 흐른다
사랑하는 이의 고통과 생사의 흐름은
모니터 뒤 벽넘어 불안한 상상에 두고
회복이라는 글자에 입술이 타도록 기다린다
한시간-두시간-세시간
벽넘어 호흡기계 돌아가듯
보호자 대기실 호흡 또한 계산되고 있다
잊어버린 공간만큼이나 멀어진 시간이라 거짓이라 할 수 없지만 친구여 |
겨울
얼지 않는 강바닥에
겨울바람 쓸려간 자국
그 쓸쓸한 기슭에
남겨진 지난 여름 홍수 물자국
황토물 가득 넘치며 내지르던 강물은
아득한 시간이 되어 기억 되고
여름날은
쓸려 간 것일까
흘러간 강물이라
더는 푸르를 수 없지만
아직 마르지 않은 살이라
차거움에 호흡은 멎었지만
아직 막히지 않는 물기 어린 줄기라
얼마의 때가 남았을까
저무는 노을마다 하루를 세는 날이
길게 뉘어서라도 세우고 싶은 밤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