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27

젖은 겨울

 겨울비 젖은 마당

자고나니 서리발 맺히고
거름무더기 위에 김이 서린다

겨드랑에 스미는 알싸한 바람에
잡스러운 것들을 죄다 털어내면
더 오롯이 따스한 품이라

나의 숨결 서린 김에 함몰되고
하이얀 입김 나의 청각을 일깨우니
잠들 수 없는 영원에 서린다



2008-01-25

달리하는 공간에 있으니

 너로 말미않는 것 이라면 그만두어라

시공간이 같음은 스치는 발길일 뿐
나로 말미암은 시간은 달리하는 공간에 있으니
무엇으로 함께이겠는가

머물렀던 강은 건넌지 오래
남김업는 시공간에서
나로 말미암음이 아치랍다



들이 된 산

산이였다
들을 가로지르고 강 건너
한번도 넘어보지 못한 산이 있었다

들녁에 흐드러진 꽃과 달리
산넘어 고운 꽃이 피었을 꺼라
가을 노을빛 물들 땐 그 꽃빛이라 느꼈다

쥐불놀이 하던 들녁 아파트숲 이루고
가끔은 노을 빛에 눈시울을 적시울 쯤
문득 돌아 보니 난 어디에 와 있는 것일까

산은 내게 길을 열었고
내 놀던 들녘은 어둠에 사라지고
꽃은 사그러져가는 불길에 던지웠다

산은 사라지고 들은 닫혔다
나는 어디 무엇을 바라야하나

2008-01-17

헤아리는

시간을 헤아린다

천년만년 헤아릴 듯

아니 백년도 못될 시간에
이 마저 달리하는 시간에
스치는 오늘은 덧 없어라

오늘이 지나고
내일을 담보할 수 없는 기다림에
오늘은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라



2008-01-15

질척이다

언 땅에 비 내리고
녹아 내리는 건 얼은 땅 뿐이랴
켜켜이 쌓인 세월이
비와 흙이 하나되어 질척인다

질척임은 불편이라!
젖지 않을 방법은
속절없는 시간되었고

결국 맨몸으로 굴러 온
머물지 못할 인연은
찢어진 깃발되어
겨울 바람에 나부낀다



2008-01-10

비취

 





2008-01-08

너를 돌아본다

너를 돌아본다

천년 생각에 백년도 못채우는 시간에서조차
한순간 일 수 밖에 없는데

마른잔디에 겨울 햇살이 따사로운 무덤엔
전에도 그랬고 천년 후에도 그럴 것이지만
내 가진 여린 햇살로 나는 기억할 것이라



2008-01-07

시스템 에러(System Error)

 사람의 한뉘에 새기지 못한 것

어제에 만난 일
오늘에 엮은 마음
내일에 다 새기질 못하고
오늘을 잊으려한다

어둔 겨울 들판 저멀리
나를 위한 흐느낌이 있을지라도
내가진 그리움만 생각할뿐
나는 느끼려하지 않는다

내가 누군가를 새기듯
누구인가 나를 새길듯한 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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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6

하류

 누군가에게 알아채인다는 건

누군가로부터 새겨진다는 건
사람이 있는 모습이런가

그가 어떠한 모양으로 알 것인가
너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내가 이렇다 하지만

너 또한 내게 말하는 것도
나 역시 말했던 것도

가람에 흐르는 물 소리처럼
이 밤에도 흐르고 있을꺼라

우린 어떤 모습으로 흐를꺼나
드넓은 가람에 바람 한 점 없다



2008-01-05

철새의 먹이

 바라는 건

입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요
가슴으로 채울려는 것도 아니라

겨울 노을빛 길게 물드는 하늘에
기약없는 철새 한무리
나는 잡아다 구어먹고 싶은 것이 아니랍니다

비어있어도 채울 수 없는 바리
아니 이미 달리 채워져 더는 쓸 수 없으며
비어내지 못함으로 욕심내지 못합니다

차라리 내가
오다가다 들판에 떨어진 이삭이 되어
혹독한 겨울 철새의 겨울나기가 되고 싶습니다



2008-01-01

새해

 나눔으로 비롯되다

이름함도 나눔이며
새해라함 나눔이라

나눔으로 이천팔년
나눔으로 이름함은
나에게는 부질없다



2007-12-31

밤에 피는 꽃

 낮은 닫히고

어스럼 밤 달빛에
피어난 하이얀 꽃 다시 머문다

닿으면 추려들까 머뭇하고
아니 닿으면 잊을까
살펴도 달빛이 빚은 하이얀뿐

머뭇거리지 않는다 해도
품을자리 이미 메워졌고
날이 밝으면 닿음도 헛일이라

때가 더 흐르면
이 마저 지고 없을 것을
내 손끝은 조금씩 하이얀 밤을 묻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