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가지를 병에 담았다
에릭프롬은 말한다
완전한 융합
그러나 모른다
모든 사랑은 하나이다
짤린 가지가 다른 개체되는 건
인간 인식에 의한 분별일 뿐
분별, 분리가 있어도
융합된 모습 의식할 수 있는 건
또한 인간 인식이라
그러나
존재 모습은 분리에 있고
분리에 힘겨워하다
능소화 가지를 병에 담았다
에릭프롬은 말한다
완전한 융합
그러나 모른다
모든 사랑은 하나이다
짤린 가지가 다른 개체되는 건
인간 인식에 의한 분별일 뿐
분별, 분리가 있어도
융합된 모습 의식할 수 있는 건
또한 인간 인식이라
그러나
존재 모습은 분리에 있고
분리에 힘겨워하다
풀약을 치다
풀약은 풀을 죽이는 약이다
잔디엔 골라 죽이는 약으로
빈밭엔 마구 죽이는 약으로
죽이는 것
잡스러운 것들을 없이하다
죽이는 것
바라는 바 살리고잠이라
인위(人爲)라함도
사람 있는 자연이라
대숲은 잠들고
고라니도 울지않는다
기차소리 어둠에 묻히고
달은 보이지 않는다
물 한 그릇에
팔백년의 북극 별빛을 담아
순간에 공존하매 희열하고
영속에 공유 못해 쓰라리다
달빛 지워 기차소리 어둠에 버리고
물 한 그릇 대숲 바람소리 담아
순간에라도 공유하련다
풀나무 수억 기억이 살아나다
사람은 얼마 기억일까
백년 시간에 차떼고 포떼고
의식 시간에 점철된 기억은
빗소리 시간이 어지럽다
물오름 넘치는 풀나무
메마름 견딘 시간처럼
퍽퍽한 시간을 칼질하다
여름을 여는
이제야 넉넉한 빗소리
이미 봄은 가고 보리 가실인데
비는 또 보리 대궁을 썩힐꺼라
비가 내린다
푸른 오월 싱그럼을 더하는
비가 내렸다
영산홍 지고 하얀 수국 피었다
장미 터진 봉오리 붉은 속내 보이고
비 젖은 오월을 숨가쁘게 몰아간다
장미가 수국이고
수국이 장미이랴
아니라 함도 내 분별이 아니던가
기이(奇異)하담도
내 못난 분별에 바탕함이려니
되려 당연(當然)이라
손톱같은 달은 기울고
캄캄한 뒷산 능선 따라 내리는
아까시 내음이 머리를 흔든다
한낮 삼십도 여름이라 하건만
솔꽃가루 진 밤하늘 아까시 에우니
여전히 흔들리는 봄밤이다
뒤뜰 밤새 한 길 돋은 오죽(烏竹)
잘 키워 기품있는 검은 대 보려니
아직 푸르러 여린 줄기라
기다리는 내내 조리는 가슴이다.
만들어 가다
만드는 이는
만드는 것에 의해
다시 만들어 진다
처음 돌하나
쌓을 바탕이라
축을 쌓듯 탑을 세우듯
그렇게
만들어 가는 시간에
예초기에 짤리운 풀내음 같은 숨결에
너울져 미끄러지는 해변의 빛그림처럼
새겨 만들어 가다
지평선 넘어가는 푸르른 청보리
시간을 낙인하고 바다로 달린다
웃음 띤 향기 너울에 스며드니
따스한 소리 손끝에 젖어든다
다시 저 바다에 어둠살 드리우고
창백한 항구 가로등 빛에라도
모른채 할 수 없는 미소라
소유 끝은 느낌이려니
나
바다를 소유하다
존재 모습은 마주함이니
내가
여기 있다
이른 오월 늦은 밤
어느 때 들리는 소리인가
마을 앞 도랑은 복개되고
들판은 비닐 빈 곳 없이
못자리 물논은 없다
골짜기에 남겨놓은 저수지
그 먼 곳임에도 저리 시끄러운 건
달라진 시간
달라진 세월에도
죽을 수 없이 살고자함이듯
어느 때도 이 때에도
지니고 싶은 건
오월의 푸르름같이
다시 돋아 갈 삶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