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풀의 시끄러운 소리
그냥 벌레소리라 하고
아무도 어느 벌레인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느 벌레의 명멸해가는
아우성일지도 모를 여름 밤
아무도 기억하는 이 없이
어둔 수풀에 잠기고
선풍기 모터소리
시끄러움이라 말하지 않는다
수풀의 시끄러운 소리
그냥 벌레소리라 하고
아무도 어느 벌레인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느 벌레의 명멸해가는
아우성일지도 모를 여름 밤
아무도 기억하는 이 없이
어둔 수풀에 잠기고
선풍기 모터소리
시끄러움이라 말하지 않는다
비 뿌리는 하늘을 삼킨 흐린 바다가 울고 있다
빗줄기와 파도가 부서지는 방파제 끄트머리
한 뉘를 같이 하여도 외로운 이 홀로서 울고있다
촌년 오십년을 바랜 산천은 누구에게 기억되나
늙은 애비 보듬지 못 한 시간 가슴에 쓰라리니
홀로 남겨진 시간 그 누가 알아 줄건가
사랑이여! 니가 거짓이라면 죽음까지 이르르고
슬픔이여! 니가 참말이면 너 남은 시간 일러라
비 뿌리는 좌표 없는 바다에 홀로 남겨진 촌년이라
어쩌랴
오고 감을 정한 거 아닌데
슬픔은 가슴을 쓰리는 거
몇 날에 비내려 수백미리
아득한 어미 기억에 돌아갈제
비 끝에 씻기운 탯줄 쓰라림
여름 하늘 파르하지 않아
턱 받치는 더위에 흐린 구름
저 하늘을 넘고 싶다
단절에 가는 이
이미 내 안에 와 있는데
슬픔은 분별에 있어 칼질하나니
윈도부러쉬 부러져 흐르는 비
이대로 끝나지 않을 시간이라면
질퍽임은 양수(羊水)에 귀의(歸依)라
뿌연 구름 먼 산 넘어가고
해석하지 못할 교감(交感)에 혼돈(渾沌)의 시간
그리움은 영원에의 희망이라
새녘바다 달 떠오르고
삼백리길 지나
한 밤 대숲에 가리우다
대숲 바람은 어둠에서
파도 소리 잘게 부셔온듯
발끝 뜨락에 떨구어지다
한뉘에 거듭없을 내음에
내 취함은 짤아도 모자라다
아니 내 취함은 섭리(攝理)인듯
능동(能動)이라 했던가
새벽 바람
어두운 대숲을 훓고
흔들림에 스치는 소리
분답한 일상을
새녘바다 물결에 씻어내고
댓잎에 털어 어둠에 날리고
자연(自然)으로 보고 또 보매
나 취함이라
허허로운 빈터
하루 아침에 돋아난게
그저 바람 뿌려 돋아 남이 아니다
오랜 시간 땅속 줄기(地下莖)
제 키만큼 뻗어나가
오월 어느날 한숨에 솟구침이라
여리고 무르지만 굳은 땅은 물론
비닐도 뚫는 성질이 있다 한다
행여 돋지 말아야할 것이라
분질렀다면 다시 솟지 않을 거라
하지(夏至)가 지나고
감쌓던 줄기 껍질을 떨쳐내고
펼치는 가지 하늘하늘 연두빛
아직은 여린 잎이라
하지만
이제 분질러도 죽지않는다
분지른 자리에 솟구치지는 못하지만
잘게라도 다시 돋아나
결코 그 푸르름을 포기하지 않는다.
———————————- 고병(高駢)
떨어진 꽃잎 물결에 흐르니 세상 이치로다
한가로이 술취해 흥얼대며 나 홀로 왔노라
님 계신곳 알길 없어 슬픈마음 아퍼하는데
살구 복숭아꽃 활짝 피어 뜨락에 가득하다
———————————————
방은자불우(訪隱者不遇)
낙화류수인천태(落花流水認天台)
반취한음독자래(半醉閑吟獨自來)
추창선옹하처거(惆愴仙翁何處去)
만정홍행벽도개(滿庭紅杏碧桃開)
한 잔의 뜨거운 커피
텅 빈 하루를 끍어내다
찾아와 보이는 건
밥 굶은 옆집 개새끼
거름터를 뒤적이다
썩은 빵조각 물다 말고
할 일 없는 모습으로
비실비실 돌아가고
마당엔
유월 묵직한 햇살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