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가을비 치고는 제법내렸는지
물에 젖은 찬바람은 아침을 씻어낸다
십일월 찬비에 피멍든 잎 떨구어 내고
푸르던 잔디 빛깔 하루가 다르게 빠져
십일월은 누구라도 물러서듯 쓸쓸하다
지난 밤 가을비 치고는 제법내렸는지
물에 젖은 찬바람은 아침을 씻어낸다
십일월 찬비에 피멍든 잎 떨구어 내고
푸르던 잔디 빛깔 하루가 다르게 빠져
십일월은 누구라도 물러서듯 쓸쓸하다
빈속에 한잔의 술은
온 살을 저미는 듯 하다
나무가 소리내는 건
바람이 스치울 때라
뿌리가 있어
옮길 수 없는 시간
바람에 띄우나니
봄날의 송화가루
이 가을 어디선가 흐를꺼라
천년뒤 DNA에도 남겨지기에
바람이 잠든 시간
플라스틱병 소주 640mm
바닥이 보인다
껍데기엔 ‘맛있는 참’이라 적혔다
욕 나온다!
세상을 지 멋대로 매겨놓았구나
소주가 맛있다 할 것이 아니다
그저 취하고 싶어 마시는 거라
노을이 질 때까지 더 많은 노래할 것을
땅거미 잦아들고 때는 저물었는가
바람에 밀리는 억새밭 언덕에 달 비치니
어둔 밤 사람의 길 멈추는 것만 아니다
멀리 수평선 고기잡이 불빛 이제부터라
파도가 닿은 마을엔 해야할 노래 많으니
새벽이 이를 때까지 고기잡은 배 맞으며
우리는 저물수 없는 오늘을 이어 가리라
강 폭이 불규칙한 긴 강이 있다.
상류부터 그 강줄기를 함께 흐르지는 않았지만
강 중류에서 만나 강 하나 되어 흐른다.
처음 시냇물부터라면 많이 섞였겠지만
중간에서 만난 때론 가깝게 때론 멀게
강 이쪽 저쪽을 가르며 흐른다.
어쩌면 바다에 이를 때까지 온통 섞임이 없을지라도
때론 많이 때론 조금이라도
강물은 하나되어 흐를 것이라
숲속으로 잠긴다
곧 어두어 지겠지
한낮의 열기도 이슬되어
가라앉을 밤이 오겠지
제 아무리 하루가 아쉬워도
긴 밤 지새울 수는 없겠지
뿌리 뽑아 던진 잡초도
내일이면 시들어 마르겠지
그러니 염려할 일 없다
어느
양초 상표명이 연상되는 말이다
소원성취
무엇이 소원인가
돈과 명예
그런 것이라면
그런 것에 아픔과 고픔이 있을거라
그러나 더한 것이 있으니
관계와 시간
관계는 존재의 형식이고
시간은 존재의 현실이라
시간은 언제나 아쉬움뿐이지만
아쉬움에서
오랜 꿈과 영원을 함께 느끼는
소원성취라
전화기 소리가 요란하다.
잠결에 이 시간 웬 전화?
-알람이다.
양력 구월오일 음력 칠월이십사일
어머니 가시고 열이틀
이제 만 육년이 지나는
아버지의 가신 날이다
가시는 날
가슴에 얼굴을 묻고
채 식지 않은 체온이
삼십여분만에 싸늘히 식어가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한데
세월이 또 이만치 흘러가고 있구나
부모란
전쟁터에서 후방기지와 같은 것
언제나 나를 지원하고
마지막 보루로 나를 지켜주고
기댈 언덕인데
후방기지를 잃고
시간은 또 그렇게 흘러
이제 내가 자식들에게
후방기지가 되어야 할 시간
세월은 또 그렇게 가나보다
내것이 아닌 것으로 나를 증명하여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시대
제 목 위에 얹힌 입은 침묵하고
남 모가지에 얹힌 말로 해야만
제 머리가 붙어 있는 시대
제국의 마지막 몸부림은
끝내 쓰러지고
옆집 아저씨 손잡아 일어 선다지만
사람 모가지 위엔 제국은 간데 없고
민국은 아득하다.
옆집 아저씨와 앞집 도둑은 이웃일 뿐
여전히 살아남는 문제는
무엇을 침묵하여야 하는지
무엇을 증명하여야 하는지
살아 남은 자는 알고있다.
고요한 곳에 쓸쓸한 때이라
적막(寂寞) 그것은
그렇지 않음에 느낌이 있기 때문이라
마주 따스함이 남겨지고
마음 길은 영원에 닿았어라
거기까지
단편(短篇)의 때는 아쉬움이고
동댕이쳐진 곳때(時空)
습(濕)한 비가 내린다
팔월의 짜투리 젖은 내음이
호흡을 옥죄이다
외로움 그것은
그 아님이 있기 때문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