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
봄이 오면 겨우내 잠들었던나를 찾아 헤매인다
봄날에
헤매이다 문득
망울져 기다리는 꽃잎에 만나다
겨우내 서릿발로 꼿꼿하더니
우수(雨水) 지난 비에 눅눅하다
사각거리는 대숲엔
늦겨울 시린 바람 밀려나고
귓볼 간지런 바람 찾아든다
그토록 찢어지게 너덜한 겨울은 가고
봄 날에는 분홍 빛 만으로도
넉넉한 그리움으로 채워 지겠지요
한 조각 바람이 씻겨간
골 깊은 고요는 태고인듯 한데
알피엠 이천사백 엔진소리로 흐른다
한 나절 때가
녹아내리는 봄눈 보다 짤디 짧지만
마른 저수지에 한 웅큼 길러 넣듯
겨를을 채우나니
좀 더 시절을 더한다면
참 편한 삶이라 여길만한데
차창에 흐르는 봄비 젖어들듯
씻겨가는 바람에 기다림만 남는다.
엊 저녁 처음 보았던 너라
날 새고 뭇별들이 밀려나고
햇빛에 너도 볼 수 없었구나
하지만 잊은 듯 하루가 저물면
내 뜰에 다시 별이 되어 이르겠지
정작 밤에 지고 낮에 뜨는 별이라
빛과 함께하지만 그 빛에 볼 수없구나
바다에 달빛조차 숨죽여 젖어든다
그리고 잔잔히 너울되어 밀려와서
차라리 눈감으면 파도소리 이른다
달빛이 아니어도 그 모습 그리워
여전히 발길은 파도되어 찾아드니
어두운 바다는 아늑한 소리 이르고
밀려드는 파도는 하얀 달빛을 실어
향기로운 입김에 젖어드는 그림은
천년으로 갚아도 교환할 수 없어라
꽃들이 흩어지고 눈발이 흩날리 제
화본리 찾아드니 님 자취 예스러워
님이여 이제 만나 남은 길 함께가자
오는 길 돌고 돌아 어이할 수 없어
휑한 대합실 한 켠 이제사 마주하니
짤려간 시간에 미련 버리고
남겨진 시간엔 함께 기다리자
아직 마지막 기차가 남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