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18

던져지다

 _ 별빛조차 없는 공간

_ 보이는 것에 하늘조차 가늠할 수 없다
_ 다만
_ 턱밑에 출렁이는 느낌으로
_ 헝클어진 시간을 끌어올리나
_ 더한 얽힘으로 놓인다


2007-12-15

흐른다

 흐른다

어디에서 어디로인 것조차 흐른다

아니 흐를 것 없으니
어제의 것이 오늘에 여전함은 거짓일 것이라
다만 거짓 아닌 것은 흐르는 그 자체일 뿐

사람의 살이에 스므남짓 해를 흘러
부딛힘을 부여잡는 마음은 거짓일까
아니 이 부여잡음도 흐름에 있으니
흐르지 않는 곳에 거짓일 꺼라

사람아 나 너를 품고자 한다
멈출 수 없는 품일지언지정
내 너를 품을 것은
내 살이에 으뜸으로 착(善)함이라



2007-11-15

존재의 기억

 존재하는 것을 사랑하라

호흡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라
사랑하는 너 또한 호흡하고 존재하는 것

시간이 지나고
남은 것은 존재했던 기억뿐
그 기억에 아름다운 것은 사랑했던 것 뿐
너 또한 아름다운 기억되어 남겨질뿐
이것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2007-10-30

내 것

 태어남도 죽음도 제 것이 아닌 줄 알고  

제 것이라 생각하는 것 조차  
전에도 없어고 후에도 없을 것을 아는데  

이순간 아는 것 조차  
정말 내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모든 만물 무엇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요  
모든 만물 무엇에 것도 아닌 줄 알면서  

있으면 모든 것이 하나로 있으며  
없으면 나 하나의 생각이 없을 것이라  

인간의 개체 인식이 너무도 허망하다  

2007-10-18

살아 있음에

 늘 죽음을 생각한다

단 한 번으로 모든 오고감이 끊어진 이제
그 너머는 짐작과 믿음일 뿐 겪음이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그 아닌
살아있는 것이라는 그림을 되 새긴다
바램과 아품은 살아 있음이기 위한 그림인가
바램을 채우고 아품을 줄이면 삶은 이루는 것인가
아니 채워지지 않음과 견디는 아품 이대로가 삶이런가

엄마에 걱정이 그렇게 끊어질 줄 몰랐던 건
시간을 내 가진 것이라 생각한 나의 건방짐이였으며
쥐어짜는 아품에도 느낄 수 있어 기댈 수 있는 열흘에
아버지 마저 그 아품 훌훌 저버리고 가시는 시간

누가 정한 때 이고, 누가 알았던 것이랴

나 인생의 절반을 지나는 시간
시간을 말하기엔 내가 정할 권리 없기에
시간 위에 드리운 삶에 내 것은 없다



2007-10-10

왜 아직 안와?

 “할머니는 왜 아직 안와?”

네살박이 조카가 추석 전날 저녁에 하던 말이다
이제 할머니 집도 알고 못하는 말이 없을 정도로 귀엽게 자랐고
연 이은 장례를 했지만 아직 죽음이 무언지 모를 일이다
그 녀석 돌봐준다고 두 분이서 저작년 대전 올라가서 일년을 머물다
할아버지 몸이 편찮아 어쩔수 없이 내려오게되어
할아버지가 못내 아쉬워했던 손녀인데

그토록 귀여운 손녀가 왔는데 어딜 갔기에 돌아오지 못하는가
손녀는 언제나처럼 다른 식구 다 있는데
할머니는 장에 갔다 늦게 오는 줄 알고
“할머니는 왜 아직 안와”하고 묻는다

어찌 저런 손녀를 두고
두분이서 이렇게 황망히 갈 수 있나

왜 아직 안와?…..
나 역시 네살박이 조카의 말처럼
금방이도 오실 것 같은데…

짤린 가지

 눈물이 흐른다

바위에 짓눌린 땅에서 스며나오는 지하수처럼
아직도 감당되지 않는 일에 눈물이 난다

일기예보 일교차 온도에 더 민감하였다
일교차가 심하다는 날 출근길 지금도 전화해야할 것 같은데
일요일 아침이면 나 게으른 신앙생활 일깨우려
어김없이 걸려오던 전화 지금도 올 것 같은데
이른 퇴근길이면 들리어 자리 살펴 드려야 할 것 같은 생각 여전한데
토요일 일요일 오후나절 아이들 데리고 머무는 자리
마당에 서성이면 방에 계실 것만 같은데

오지않는 전화 받지 않는 전화
살필자리 없는 시간
비어있는 방

끊김의 아품이 이러한가
줄기에서 짤리운 가지처럼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끊어진 현실이
나는 못내 인정하기 힘들다

2007-09-11

아버지 가시는 날

 8월 24일 어머니의 갑작스런 돌아가심의 충격도 가시기 전에

우선 대소변을 받아야 하는 아버지를 요양병동에 모셔두고
장례를 치르고, 극도로 불안정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자
한의원에 침술로 다소간의 기운을 차릴려고 하는 때
다시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9월 5일 퇴근후, 요양병동에 도착하여 침상의 아버지를 보니
열린 입안에 하얗게 혀가 말려있고 반쯤 뜬 눈이라
얼른 가슴에 손을 넣으니 아직 약간의 따뜻함이 남아 있는 걸 보아
내가 도착하기 직전 그렇게 말없이 가시었나 보다
저녁 식사 시간에만 하더라도 간병인 한테 떠 먹여 달라고 소리 질렀다는 분이
가실 때 간병인 조차 모르게 그렇게 가볍게 가시었나 보다

눈물이 나지 않는다
젊어서는 늘 자주 편찮아 했고 마지막 2년동안 죽을 듯이 아파하며
‘나 이번 주 못 넘긴다’하시던 말씀이 한 두번이 아닌터라
차라리 그 고통으로부터 해방 되었겠구나 하는 마음이 앞선다
어머님에 이어 더 이상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음에
침상에 누윈 아버지의 시신을 안고 삼십여분 기도와 회한에 잠기는 동안
아버지의 몸은 점점 싸늘히 식어갔다

생에 손과 발 귀와 입이 되어 주시던 어머님이 열이틀전에 황망히 가시고
어찌 영문도 모를 요양병동에 모셔두니 어머니가 ‘사고 났나?’하고
내게 눈치로 물으시길레 사실대로 먼저 가심을 알리니
아버지의 마음 또한 어머니에게로 달려가셨나 보다

아버지 당신보다 더 위험한 어머니 병환인데
당신 아푼 하소연에 어머니 염려는 두번째 되어
소홀한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죄책이 되고 말았다

아들이 아무리 잘한다해도 어디 아내의 손길만 하랴
어머니 손길 끊인지 열이틀 같은 시간에 아버지 당신마저 가시고 말았구나

아직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보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그보다 무엇을 어덯게 해야 할지 막막함이 먼저이고
슬픔은 나중일 것 같다
나 불효함의 후회스러움은 오랜시간 두고
내 슬픔이 될 것 같다

2007-08-29

히브리서11:1~14


어머니 생전에 성경 암송 과제– 큰글씨로 출력해서 갖다드릴려고 한 전날 저녁에하나님 품으로 돌아가셔서 결국 무덤속에 넣어 드린 글이 되었다

성경암송(2007년도후반기)장년부<히브리서11:1~14>

1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2

선진들이 이로써 증거를 얻었느니라

3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을 우리가 아나니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아 된것이 아니니라

4

믿음으로 아벨은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하나님께 드림으로 의로운 자라 하시는 증거를 얻었으니 하나님이 그 예물에 대하여 증거하심이라 저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오히려 말하느니라

5

믿음으로 에녹은 죽음을 보지 않고 옮기웠으니 하나님이 저를 옮기심으로 다시 보이지 아니하니라 저는 옮기우기 전에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라 하는 증거를 받았느니라

6

믿음이 없이는 기쁘시게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찌니라

7

믿음으로 노아는 아직 보지 못하는 일에 경고하심을 받아 경외함으로 방주를 예비하여 그 집을 구원하였으니 이로 말미암아 세상을 정죄하고 믿음을 좇는 의의 후사가 되었느니라

8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 기업으로 받을 땅에 나갈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갔으며

9

믿음으로 저가 외방에 있는것 같이 약속하신 땅에 우거하여 동일한 약속을 유업으로 함께 받은 이삭과 야곱으로 더불어 장막에 거하였으니

10

이는 하나님의 경영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성을 바랐음이니라

11

믿음으로 사라 자신도 나이 늙어 단산하였으나 잉태하는 힘을 얻었으니 이는 약속하신 이를 미쁘신줄 앎이라

12

이러므로 죽은 자와 방불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하늘에 허다한 별과 또 해변의 무수한 모래와 같이 많이 생육하였느니라

13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로라 증거하였으니

14

이같이 말하는 자들은 본향 찾는 것을 나타냄이라

엄마

 내 육신의 한쪽이 한순간에 짤려나가는 아품이 이러할까 

창백한 엄마 볼에 내 얼굴을 부벼도 아무 말씀없이 그저 편안히 잠든 모습일뿐 
점심나절 육촌형님한테 병원갔다온 결과가 어떠냐고 묻고 가고 
거동못하는 아버지의 손발이 되어 소변을 받아내었던 어머니가 
저녁 한나절 어인일로 다시 못올 길을 가고 말았던가 
그것도 텃밭에서 한순간에 . . . .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 / 
뇌혈관질환을 가지고는 있어 우려는 했지만 
아버지 먼저 가고 남은 여생 편히살다 갈거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내 앞에 던져두고 
어찌 이렇게 황망히 갈 수 있는가….. 
당신 몸의 질환도 만만찮으니 고생하실 남은 생을 접고 가심이 복인가 하고 위안도 해보지만 
평생 고생으로 늙어서는 아버지의 병수발로 단 한때의 당신 스스로의 즐거운 때를 가져보지 못하고 
남들이 다 산다는 평균연령으로도 못 살아 보고 
어찌해서 아버지보다 먼저 가셨는지… 
올가을 암송과제인데 글씨가 작아 안보인다고 컴퓨터로 크게 써달라고 하여 
히브리서 11장 1절에서 14절까지 큼직하게 써서 다음날 가져 가려고 준비했는데 
엄마 어찌하여 벌써 가셨습니까… 
나 엄마한테 일하지 말라, 무리하지 말라, 하지 않아도 되는 텃밭농사 하지 말라고 
화도내도 말려도 보고 다투기도 했지만 
사실 난 엄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아들인데… 
엄마 난 사십년 넘게 살면서 단 한번도 겁나거나 두려운 적 없었는데 
엄마 없는 이후의 시간이 솔직히 난 너무 두렵고 겁이 난다 

엄마 나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2007-08-08

흙에 중독

 햇볕 넘치는 날이다 

햇볕에 허덕이는 잎들의 갈증에  
연신 밀어올리는 조금만 더 물을 
잔털뿌리의 노동은 그렇게 시간을 쌓았다 

비가온다, 
물러진 흙속으로 잔털뿌리는 더 많은 공간을 벌린다 
맑은 날 버팀을 위한 노동의 효율를 위해 
더 깊이 잔털뿌리는 그렇게 시간을 쌓는다 

바람이 분다 
위에서 힘줄 땡기듯 당김에 끊어지지 않으려 
더욱 흙을 부여잡는 잔털뿌리는 그렇게 시간을 쌓는다 

얼마만큼 이였을까 
낙엽되었는 던 몸이 썩어 잔털뿌리에 닿는 것도 여러번 
벌어진 뿌리만큼 흐드러진 가지일 꺼라 
볼수없지만 느낄 수 있는 공간에 삽질한다 
어느 놈이 나의 잔털에 흙을 턴다 
아예 삽날에 잔뿌리가 잘려 나간다 
얼마후 
잔털뿌리에 낮설고 텁텁한 흙이 맞닿는다 
하지만 잔털부리의 노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니 더 심한 노동을 해야한다

2007-08-05

변했다

 저가 변했다 하다 

세상이 저를 가만두지 않아 
저가 변하고야 말았다 하다 
아니면 저도 세월이 싫증에 덧나다 

언제부터 
나를 외면하는 나의 생각은 
같은 것에 같음을 못 느낌을 몰라 하다 
지 잘난 것 하다 
내밀리어 있는 손 없다 

내가 변했다 
닳은 감각처럼 
사탕 빨은 혓바닥에 커피처럼 
나는 측량기준점 파괴된 시간에 취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