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9

후회

 후회합니다

그저 그것이 님의 마음이라 여기고
돌아선 시간을 이제에 후회합니다

후회합니다
이것이 최선이라하고
스스로 안위한 게으름을 후회합니다

후회합니다
소통의 단절은 돌이킬 수 없는 아품인줄
미처 몰랐다함은 내 핑계일 것입니다

후회합니다
후회하는 이 시간도 인생의 한 조각인데
업겁의 세월에 순간의 살이 살뜰하지 못함을 후회합니다



2007-12-28

입맞춤

우리는 만났습니다
강바람 차가운 둑위에서 바라보는 하늘가에 홍수의 기억은 없습니다
강바닥에 홀로 푸른 촉새풀
당신 화려하던 꽃가지 어디에다 분지르고
시려운 세월에 홀로 푸르릅니까

함께 할 것입니다
비록 여름 좇아 수풀 무성하면 흔적없을 자리이지만
겨우내 시린 당신의 손끝은 잡고 있겠습니다

열번이면 어쩌라 하지만
다시 생에 한 번 뿐일지 모를 휘발성 세월을
이제라도 남기고 싶습니다

홍수는 흔적없지만
찬바람 이는 강 둑에 푸르름이 다시 돋을 때

 

2007-12-25

느끼고

 느낌 뿐이였습니다

밤새 새하얀 서리가 내려 않은 마른잔디 위에
늦은 졸음 날리며 겨드랑에 스미는 차가움은
차라리 맞이하고 싶은 삶이였습니다

바람이 불었습니다

뒷곁 대밭이 부비대는 이야기는 천년을 이어들어
달빛 가린 밤을 애써 지어 갈무리하면
바람이 잠든 아침을 거짓하고 싶었습니다

바라보는 눈이 그려집니다

성애 낀 유리창의 답답함을 지울 수 없는 처지가
나를 패고 싶음에도 따스함이 묻은 숨결이 어깨를 넘고
다가서는 건… 더 느끼고 싶었습니다



2007-12-24

정점

 죽는다는 것은

어느 정점에선가 살아있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나는 그 정점으로부타 멀어져 있을뿐

어제도 있었고 내일에도 있을 별과 공간이지만
어제의 자리 내일의 자리 같을 수 없고
어제의 자리 억지 오늘로 돌아가서 부여 잡은 들
내일로 가는 오늘에 함께할 수 없으니
어제의 정점은 오늘과 함께할 수 없음이라

그리고
우리들의 정점은 다 같을 수 없지만
우리가 만나는 이 시간
우리의 정점은 하나이다



2007-12-18

던져지다

 _ 별빛조차 없는 공간

_ 보이는 것에 하늘조차 가늠할 수 없다
_ 다만
_ 턱밑에 출렁이는 느낌으로
_ 헝클어진 시간을 끌어올리나
_ 더한 얽힘으로 놓인다


2007-12-15

흐른다

 흐른다

어디에서 어디로인 것조차 흐른다

아니 흐를 것 없으니
어제의 것이 오늘에 여전함은 거짓일 것이라
다만 거짓 아닌 것은 흐르는 그 자체일 뿐

사람의 살이에 스므남짓 해를 흘러
부딛힘을 부여잡는 마음은 거짓일까
아니 이 부여잡음도 흐름에 있으니
흐르지 않는 곳에 거짓일 꺼라

사람아 나 너를 품고자 한다
멈출 수 없는 품일지언지정
내 너를 품을 것은
내 살이에 으뜸으로 착(善)함이라



2007-11-15

존재의 기억

 존재하는 것을 사랑하라

호흡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라
사랑하는 너 또한 호흡하고 존재하는 것

시간이 지나고
남은 것은 존재했던 기억뿐
그 기억에 아름다운 것은 사랑했던 것 뿐
너 또한 아름다운 기억되어 남겨질뿐
이것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2007-10-30

내 것

 태어남도 죽음도 제 것이 아닌 줄 알고  

제 것이라 생각하는 것 조차  
전에도 없어고 후에도 없을 것을 아는데  

이순간 아는 것 조차  
정말 내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모든 만물 무엇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요  
모든 만물 무엇에 것도 아닌 줄 알면서  

있으면 모든 것이 하나로 있으며  
없으면 나 하나의 생각이 없을 것이라  

인간의 개체 인식이 너무도 허망하다  

2007-10-18

살아 있음에

 늘 죽음을 생각한다

단 한 번으로 모든 오고감이 끊어진 이제
그 너머는 짐작과 믿음일 뿐 겪음이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그 아닌
살아있는 것이라는 그림을 되 새긴다
바램과 아품은 살아 있음이기 위한 그림인가
바램을 채우고 아품을 줄이면 삶은 이루는 것인가
아니 채워지지 않음과 견디는 아품 이대로가 삶이런가

엄마에 걱정이 그렇게 끊어질 줄 몰랐던 건
시간을 내 가진 것이라 생각한 나의 건방짐이였으며
쥐어짜는 아품에도 느낄 수 있어 기댈 수 있는 열흘에
아버지 마저 그 아품 훌훌 저버리고 가시는 시간

누가 정한 때 이고, 누가 알았던 것이랴

나 인생의 절반을 지나는 시간
시간을 말하기엔 내가 정할 권리 없기에
시간 위에 드리운 삶에 내 것은 없다



2007-10-10

왜 아직 안와?

 “할머니는 왜 아직 안와?”

네살박이 조카가 추석 전날 저녁에 하던 말이다
이제 할머니 집도 알고 못하는 말이 없을 정도로 귀엽게 자랐고
연 이은 장례를 했지만 아직 죽음이 무언지 모를 일이다
그 녀석 돌봐준다고 두 분이서 저작년 대전 올라가서 일년을 머물다
할아버지 몸이 편찮아 어쩔수 없이 내려오게되어
할아버지가 못내 아쉬워했던 손녀인데

그토록 귀여운 손녀가 왔는데 어딜 갔기에 돌아오지 못하는가
손녀는 언제나처럼 다른 식구 다 있는데
할머니는 장에 갔다 늦게 오는 줄 알고
“할머니는 왜 아직 안와”하고 묻는다

어찌 저런 손녀를 두고
두분이서 이렇게 황망히 갈 수 있나

왜 아직 안와?…..
나 역시 네살박이 조카의 말처럼
금방이도 오실 것 같은데…

짤린 가지

 눈물이 흐른다

바위에 짓눌린 땅에서 스며나오는 지하수처럼
아직도 감당되지 않는 일에 눈물이 난다

일기예보 일교차 온도에 더 민감하였다
일교차가 심하다는 날 출근길 지금도 전화해야할 것 같은데
일요일 아침이면 나 게으른 신앙생활 일깨우려
어김없이 걸려오던 전화 지금도 올 것 같은데
이른 퇴근길이면 들리어 자리 살펴 드려야 할 것 같은 생각 여전한데
토요일 일요일 오후나절 아이들 데리고 머무는 자리
마당에 서성이면 방에 계실 것만 같은데

오지않는 전화 받지 않는 전화
살필자리 없는 시간
비어있는 방

끊김의 아품이 이러한가
줄기에서 짤리운 가지처럼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끊어진 현실이
나는 못내 인정하기 힘들다

2007-09-11

아버지 가시는 날

 8월 24일 어머니의 갑작스런 돌아가심의 충격도 가시기 전에

우선 대소변을 받아야 하는 아버지를 요양병동에 모셔두고
장례를 치르고, 극도로 불안정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자
한의원에 침술로 다소간의 기운을 차릴려고 하는 때
다시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9월 5일 퇴근후, 요양병동에 도착하여 침상의 아버지를 보니
열린 입안에 하얗게 혀가 말려있고 반쯤 뜬 눈이라
얼른 가슴에 손을 넣으니 아직 약간의 따뜻함이 남아 있는 걸 보아
내가 도착하기 직전 그렇게 말없이 가시었나 보다
저녁 식사 시간에만 하더라도 간병인 한테 떠 먹여 달라고 소리 질렀다는 분이
가실 때 간병인 조차 모르게 그렇게 가볍게 가시었나 보다

눈물이 나지 않는다
젊어서는 늘 자주 편찮아 했고 마지막 2년동안 죽을 듯이 아파하며
‘나 이번 주 못 넘긴다’하시던 말씀이 한 두번이 아닌터라
차라리 그 고통으로부터 해방 되었겠구나 하는 마음이 앞선다
어머님에 이어 더 이상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음에
침상에 누윈 아버지의 시신을 안고 삼십여분 기도와 회한에 잠기는 동안
아버지의 몸은 점점 싸늘히 식어갔다

생에 손과 발 귀와 입이 되어 주시던 어머님이 열이틀전에 황망히 가시고
어찌 영문도 모를 요양병동에 모셔두니 어머니가 ‘사고 났나?’하고
내게 눈치로 물으시길레 사실대로 먼저 가심을 알리니
아버지의 마음 또한 어머니에게로 달려가셨나 보다

아버지 당신보다 더 위험한 어머니 병환인데
당신 아푼 하소연에 어머니 염려는 두번째 되어
소홀한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죄책이 되고 말았다

아들이 아무리 잘한다해도 어디 아내의 손길만 하랴
어머니 손길 끊인지 열이틀 같은 시간에 아버지 당신마저 가시고 말았구나

아직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보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그보다 무엇을 어덯게 해야 할지 막막함이 먼저이고
슬픔은 나중일 것 같다
나 불효함의 후회스러움은 오랜시간 두고
내 슬픔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