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10

타는 목마름으로

 뼈속까지 시리던 추위도

타 들어가는 목마름도
잊은 지 오래다

채워진 뱃속으로
누려야할꺼라 꽉찬 생각뿐
책임은 선택 사항에 던지었다

누군가 나의 선택 사항에서 떠나가듯
나 또한 누군가의 선택 사항에서
떠나고 싶다

안녕하고 내일에 또 할 인사보다는
다시 없을 안녕으로 떠나
타는 목마름과 뼈속 시린 모습일지라도
내게로 나는



2008-04-09

역사는 진실의 붓 끝으로 기록된다

“역사는 진실의 붓 끝으로 기록된다”
[평화뉴스] 인혁당 조작사건 4.9통일열사 33주기 추모제
2008년 04월 09일 (수) 09:28:21  남승렬·평화뉴스 기자
1975년 4월9일 대법원 형 확정 18시간만에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사법살인’이라고 불리는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이 올해로 33주기를 맞았다. 가칭’사단법인 4·9인혁재단 준비위원회’, ‘경북대학교 여정남공원 건립추진위원회’는 6일 오후 경북대학교 대강당 앞에서 ‘4·9통일열사 33주기 추모 및 정신 계승대회’를 열었다.

  ▲ 지난 6일 경북대에서 열린 4.9통일열사 추모제에서 인혁당 사건 희생자 고 도예종씨의 부인인 신동숙씨가 헌화에 앞서 기도하고 있다. ⓒ평화뉴스

이날 행사에는 고 서도원씨 부인 배수자씨, 고 여정남씨 조카 여상화씨, 고 도예종씨 부인 신동숙씨, 고 이재형씨 부인 김광자씨를 비롯한 인혁당 사건 희생자 유가족과 관련자, 인혁재단 준비위, 경북대 여정남공원 건립추진위를 비롯, 대구경북지역 진보진영 인사 200여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대회사에서 류근삼 ‘4·9인혁재단 준비위원회’ 공동준비위원장은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만약 1975년 4월 8일 박정희 독재정권의 사법살인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우리 사회는 더 많은 변화와 성취를 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인혁당 희생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Z_67312_69490_3148
▲ 고 여정남씨의 조카 상화씨. ⓒ평화뉴스

“오늘 우리는 어린 상주처럼 엎디어 다시 웁니다.
그 이름 앞에 들씌워진 천만근 납덩이,
억울과 원한 사무친 죄 없는 죄를 이제야 풀어내고
아무 죄 없음의 희디 흰 국화 한 송이씩을 바치며
우리는 기막히고 기막혀 목 놓아 다시 웁니다.”
김윤곤 시인의 이 추모시가 낭송되자 유가족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경북대 여정남공원 건립추진위원회’ 상임대표를 맞고 있는 인혁당 사건 관련자 이현세씨는 “어제 서도원 열사 묘역, 전재권 선생님 묘역을 비롯한 희생자 4분의 묘역을 돌아봤는데 느낀 게 많았다”면서 “그 분들의 정신을 바르게 계승하기 위해서는 흩어져 있는 희생자 분들의 묘역을 한 자리에 모으는 사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영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부이사장은 “그 분들이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소중하게 지키려 했던 게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리고 그 뜻을 기리는 일은 우리의 몫”이라면서 “희생자 분들이 평소에 지니고 계셨던 생각과 생전 활동을 알려 나가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26일 모교인 경북대로부터 명예졸업장을 받은 인혁당 희생자 여정남씨의 조카 여상화(49)씨는 “정의의 역사는 강자의 붓 끝으로 기록되는 게 아니라 진실의 붓 끝으로 기록된다”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인민혁명당 재건위를 구성,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뒤, 이듬해 1975년 4월8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인 4월9일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사건이다. 이를 두고 국내외 법조계에서는 이를 ‘사법사상 암흑의 날’, ‘사법살인’으로 부르고 있다.

▲ 1975년 4월9일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희생자들. ⓒ평화뉴스

특히 이 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된 8명 가운데 도예종·서도원·송상진(영남대), 여정남(경북대)씨를 비롯한 4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다. 이 사건은,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통해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 등에 의해 조작됐다”고 밝힌데 이어, 2005년 12월7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수사지침에 따라 고문과 가혹행위가 자행됐다”며 ‘사건 조작’을 인정했다.이어 서울중앙지법이 2005년 12월27일 ‘재심 개시’를 결정한 뒤 지난해 1월23일 서울중앙지법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무죄’가 확정됐다.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32년 만이다.

그리고 지난해 8월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인혁당 유족을 비롯해 4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희생자별로 20~30억 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경북대는 여정남씨를 비롯해 인혁당 사건으로 희생된 모교 출신 3명에 대한 추모 조형물과 추모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인혁당 사건 관련자인 이현세 경북대 여정남공원 건립추진위원회 상임대표를 비롯한 경북대 출신 사회운동가 35명은 지난 1월12일 경북대학교 인민혁명당사건 열사 추모공원 건립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오택진 여정남공원 건립추진위 사무국장은 “추모제에 맞춰 오늘(4월6일) 기공식을 하려 했으나 학교측과 장소와 시기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른 의견이 나와 그러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늦어도 내년쯤에는 추모공원이 완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혁당 사건에 연루돼 숨진 경북대 출신은 3명으로, 여정남씨는 당시 사형으로 숨졌고, 이재문씨는 사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1981년 옥사했다. 이재형씨는 이 사건으로 20년형을 선고받고 8년을 복역한 뒤 1982년 출소해 2004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4·9통일열사 33주기 추모 및 정신 계승대회가 지난 6일 유가족을 비롯한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대학교에서 열렸다. ⓒ평화뉴스

이와 함께 (가칭)사단법인 4·9인혁재단도 설립 추진 중에 있다. 여기에는 류근삼 인혁재단 공동준비위원장을 비롯해 대구경북지역 민중.통일.시민.사회 인사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오택진 4·9인혁재단 준비위원회 집행위원은 “지난 2월 재단준비위원회가 꾸려졌는데 일단은 열사들의 주 활동무대였던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하되 그 성과는 전국적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라면서 “재단이 설립되면 대구경북지역 통일·시민·사회단체 활동가에 대한 지원사업과 교육사업, 학술 연구사업을 비롯해 희생자들의 정신을 잇는 다양한 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화뉴스 / 남승렬 기자 pdnamsy@hanmail.net

최초입력 : 2008-04-09 09:28:21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2008-03-31

봄밤(春夜)-3

사람 없다
빈들에 푸르름 돋고 외론가지 꽃잎 떠는
이제도 예나 같지만 같을 수 없는 게 사람이라
누굴 기다리는가
때에 피어나는 꽃보다 헤아림 없는
스스로가 한뉘인데 뉘라서 아니겠는가
우린 들을 떠나
뻔뜩이는 네온빛 아래 가쁜 숨으로
오늘에 마주하지만
여전히 헤아릴 수 없는 내일이라
예 같은 이 없는 빈들에
채워지지 않을 기다림은
봄 밤하늘에 홀로 나부낀다


2008-03-30

공허

 돌아서는 길 한참을 바랜

수십년의 옛날이 그러하듯
옛 이야기를 읊조리기엔
당장의 모습이 무엇으로 먹고 입고
무슨 모습으로 무엇을 해야하나
품어도 온전한 내 것 아님은
처음부터 그러하듯
영영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라
차라리 순간의 무얼할까에
끝없는 질문과 대답만이
답 없는 공허를 비껴서
또한 세월을 채우는 것이겠지
아무것에도 기대하지 않지만
깊어가는 공허는
시간에 홀로 세우는 각이어라

2008-03-27

봄날

 봄은 왔습니다

작년에 옮겨 심은 매화 꽃피고
냉이꽃 하얗게 덮인 텃밭에 햇살 따사로운
봄은 여전하게 보여지는데

하늘에도 텃밭에도 정지화면 같아
들려오는 건 완전히 비어 있어
들을 수 없는 봄인가 봅니다

지난 해 어머니 아버지
정지된 봄 날을 두고 가고 가시듯이
햇살은 허허로움으로 흐를 것입니다

치열한 봄이고 싶습니다
소리쳐 부르짖는 봄이 되고 싶습니다
나 사는 동안 이 적막이 아니라면

고통 중에 시간도 감사하다 하지만
그 시간도 이제도 두 손 놓고 있었음에
봄 날의 긴 한숨됩니다



2008-03-16

무색하다

 생존에 의해서 주어진 시간을

생존을 위해서 써야기에
생존(Being)의 의미가 무색하다
주어진 꼴(現實)을 탓하기엔
주어진 짓(時間)이 무색하다
인간의 계획이 무의하다 하지만
순간에도 계획하려 선택하는
고민에 현실은 무색하다
계획은 내 권한 밖에 일
다만 향(定向)하는 순간도
느끼는 것에 충실일 뿐
탓할 꼴 보다는
주어진 짓에
느낄 수 있음이 고마울 뿐
생존을 위해서 가 아니라
생존이 쓰여지는 것이
나의 가짐(Having)이기에
무색함도 의미 되어
무엇이든 아니 할 이유 없다

2008-03-10

하루-2

 봄을 잊고 그리움을 잃어버린 시간

그대 일상이라 부를 하루에 있었다
끝내 다하지 못할 시간은
홀로 새우는 밤에 머물고
낮은 온도에 조절되는
보일러 연료처럼 오래이고자함은
시간에 대한 오만함일까
더없을 시간으로
오늘을 끝장내는 처사가 옳을까


2008-03-05

산자의 호흡

질병으로부터 구하시고…
늦은 밤 홀로 세우던 기도마저

단절의 시공간에 막히고
어이 돌아 내린 세월이
축복일 수 밖에 없는데
질병도 축복 가운데 있음인가
주저할 수 밖에 없는
질병으로부터 구하는 기도는
기막힌 꼴로 지어지는 것일까
서성이는 불안이라
무엇으로 구할까
고통도 산자의 증거이니
나 구함은 함께하는 호흡이라

2008-03-04

쓰라리다

 바람에 쓸리고 추위에 말리어

빈들에 저 홀로 버팀이
차라리 홀로이기 다행이거늘

쓰라림은 사르지 못할 유업이기에
창백한 시간 끝모를 앓음이라

숨이차는 하루 내일에 넘기지만
결정권 밖의 내일이기에
내미는 손 누구인들 반가울수만 하랴

아니라

청산하지 못한 건 내미는 이도 마찬가지
사르지 못할 것처럼 버리지 못한 유업은
빈들에 홀로 버티는 이의 호흡이거늘
창백한 시간에 건지지 못하는 이의 쓰라림이라



2008-02-19

봄에 드는

얼었던 땅이 보풀하니
딛는 발자욱 봄이련가

찬바람에 시린 가지 그대로 인데

봄은 옵니다
살가운 손길로
이른 봉우리 터트리는
봄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너무도 이른 봄은
찬바람에 꽃잎이 얼어 버릴까
나는 밤새 아파합니다


2008-02-15

길2

 길은

걷는 이에
길이 된다

길은
찾는 이에
기억 된다

길은
걷는 이에
살아 있다

오랜 비바람에 설은 길
새로 들이어야 길 되어
내 앞에 놓였다

나는 걷는다


2008-02-13

충분조건

 천년을 이어온 꿈

꿈있는 현실은 행복이라

꿈이 현실이 되다
아니라 깨어진 꿈이라

꿈은 더 없다
더는 꿈있는 현실이 없다

꿈은 욕심의 필요조건이 되고
욕심은 현실의 충분조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