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28

봄-

어이하나
봄은 이만치 왔는데

어이하나
꽃은 저만치 피었는데


2014-02-23

봄이 온다

봄이 온다

봄이 오면 겨우내 잠들었던
나를 찾아 헤매인다

봄날에 
헤매이다 문득
망울져 기다리는 꽃잎에 만나다

2014-02-22

오늘

 어제 죽은 이가 그렇게도 바라던 오늘이라지만
죽은 이가 하루 더 살아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2014-02-21

파도

 파도란 바닷물이 타의에 의한 흔들림이다.


항구

 우수 지난 이월

갯가에 새벽 바람이 차다

바람에 뭍은 비린내가
술 취한 아침을 깨우니
천만번 오고가는 항구에 꿈처럼
언제라도 감싸이고픈 약속이라


2014-02-19

우수(雨水)

맨발에 닿는 마른 잔디

겨우내 서릿발로 꼿꼿하더니
우수(雨水) 지난 비에 눅눅하다

사각거리는 대숲엔 
늦겨울 시린 바람 밀려나고
귓볼 간지런 바람 찾아든다

그토록 찢어지게 너덜한 겨울은 가고
봄 날에는 분홍 빛 만으로도
넉넉한 그리움으로 채워 지겠지요


2014-02-18

바람 조각

 한 조각 바람이 씻겨간

골 깊은 고요는 태고인듯 한데
알피엠 이천사백 엔진소리로 흐른다

한 나절 때가
녹아내리는 봄눈 보다 짤디 짧지만
마른 저수지에 한 웅큼 길러 넣듯
겨를을 채우나니

좀 더 시절을 더한다면
참 편한 삶이라 여길만한데
차창에 흐르는 봄비 젖어들듯
씻겨가는 바람에 기다림만 남는다.


2014-02-10

입춘-2월

입춘에 드는 촌에 눈비 내린다

흐린 하늘 까닭 없이 애달프다

매화 봉오리 눈비에 젖었건만
피어나지 못한 꽃처럼 시드니

이월 젖은 하늘은 흐리고 흐려
홀로 드는 봄이 한 없이 아퍼라



2014-01-24

샛별

새벽 새녘에 남은 별 하나

엊 저녁 처음 보았던 너라

날 새고 뭇별들이 밀려나고
햇빛에 너도 볼 수 없었구나

하지만 잊은 듯 하루가 저물면
내 뜰에 다시 별이 되어 이르겠지

정작 밤에 지고 낮에 뜨는 별이라
빛과 함께하지만 그 빛에 볼 수없구나


2014-01-23

달빛 바다

 바다에 달빛조차 숨죽여 젖어든다

그리고 잔잔히 너울되어 밀려와서
차라리 눈감으면 파도소리 이른다

달빛이 아니어도 그 모습 그리워
여전히 발길은 파도되어 찾아드니
어두운 바다는 아늑한 소리 이르고

밀려드는 파도는 하얀 달빛을 실어
향기로운 입김에 젖어드는 그림은
천년으로 갚아도 교환할 수 없어라


2014-01-18

화본역(花本驛)

꽃들이 흩어지고 눈발이 흩날리 제

화본리 찾아드니 님 자취 예스러워

님이여 이제 만나 남은 길 함께가자
오는 길 돌고 돌아 어이할 수 없어
휑한 대합실 한 켠 이제사 마주하니

짤려간 시간에 미련  버리고
남겨진 시간엔 함께 기다리자
아직 마지막 기차가 남았으니



2014-01-12

새벽

새벽을 걷어 올려

맨발로 딛는 마른잔디
성그런 서리발이 좋다

애달픔도 서러움도
긴 밤에 얼어 죽었을
차가운 겨울 새벽이라

푸설한 일들에 그래도
또 하루란 매듭을 달고
밀려오니 새벽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