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4

잎새

 더는 푸르를 수 없지만

아직 마르지 않은 살이라

차거움에 호흡은 멎었지만
아직 막히지 않는 물기 어린 줄기라

얼마의 때가 남았을까

저무는 노을마다 하루를 세는 날이
길게 뉘어서라도 세우고 싶은 밤이라



2006-10-19

 길은 새 길이지만

가을 어느 날
걸러진 햇살에
물들린 산천은 그대로다

어제/오늘/내일은 다르겠지만
지난해/올해/다가올해 마찬가지라
사람은 낮설지만
가는 길은 여전하다



2006-10-14

아픔

타는 목마름을 가졌던가

지친 몸에
새겨진 아픔도 그리움이라
 


2006-10-08

살피

 온 곳이 어두우냐 

갈 곳이 캄캄하냐 

여기에 나 한 살이 
여기로 갈 곳 뿐이니 

기리는 이 
잔디풀 위에 가을 빛 
온살이 즈믄살이 될어라


2006-10-01

가을에 문득 떠오르는 기다림은


기다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기다렸은 기억되지 않는다

가을은 깊어가고
빛바랜 잔디 그늘 그림자

시간은
여전히 질문지로 남았지만
누구도 묻지 않는다

다만
어둑스레한 자리에
익숙하지 않는 기다림은
감당하기 힘든 믿음일거라

마른 잎 떨구어 흩어낸 어즈러움을
싸그리 태워 조각난 기다림을 버렸건만
기다림에 기억은 다시 살아 오를련가

미안하다 시간이여
아직이라면
내 맘대로 하여도 미안하지 않을 것을

 

2006-09-30

탯줄의 새김

목마름 조차 잊은 잎술로
탯줄에 짤린 겪음이 있기 때문이라
훤히 트인 푸른 들판에 놓여
텅빈 것은 이름할 수 없음이라
마주한 눈길은
이미 저만치 가 있기에
외로움 더 한 것일까
담지 마라
또한 담지 않으리
그리고
탯줄이 짤린 기억도
외로움도 있지 않을 것이라


2006-08-27

스치는 풍경으로 길을 가서

 시간에 있어

스치는 풍경으로 길을 가서
늘 처음이 된다

공간에 있어
길은 길에 있어 새겨지고
사람에게 거듭이라

새겼던 이야기는 흩어진 허공이라
오늘도 구르는 나의 팍팍함이여.



2006-08-06

판비량(判比量)

내 안에 우리는 누구하고도 없다

내 밖에 우리는 누구라도 있을까

말에 들지 못한 이야기는
바람에 잦아드는 연기되고

내일이라는 마디로
얼굴고쳐 바라본다



2006-07-18

오름



바다를 익은 물기인가

오름의 턱받이에 텁텁한 물기는
쥐어짜면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다

넘어서는 오름에 불어오는 바람은
갓 씻어낸 가슴에 물기 훔치는 듯하다.

오름이라
바람이 씻어 만들었나 보다
뭉글뭉글 너울대며 스며드는 부드러움이
상기된 가슴 보다 더 한 것 같다

2006-05-21

정보공개 청구-조난기념비 관련

 


기억

 나 아닌 다른 이를 너라 이르고

내게 너를 누구라도 그럴 이라 이르지만
나 역시 너에게 누구라할 이가 되는 걸

너를 기억하는 것은
너에게 내가 기억됨이 알길 없기에
내 심한 외로운 기억이라

기억의 시간만큼 기억을 더할 제
아무도 기억할 이 모를 것이기에
믿어지는 오늘에 공허함이라

그리고
난 누구에게라도 아무나로부터
기억에나 시간으로부터
풀어져 마냥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