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푸르를 수 없지만
아직 마르지 않은 살이라
차거움에 호흡은 멎었지만
아직 막히지 않는 물기 어린 줄기라
얼마의 때가 남았을까
저무는 노을마다 하루를 세는 날이
길게 뉘어서라도 세우고 싶은 밤이라
더는 푸르를 수 없지만
아직 마르지 않은 살이라
차거움에 호흡은 멎었지만
아직 막히지 않는 물기 어린 줄기라
얼마의 때가 남았을까
저무는 노을마다 하루를 세는 날이
길게 뉘어서라도 세우고 싶은 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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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기다렸은 기억되지 않는다 가을은 깊어가고 시간은 다만 마른 잎 떨구어 흩어낸 어즈러움을 미안하다 시간이여 |
오름의 턱받이에 텁텁한 물기는
쥐어짜면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다
넘어서는 오름에 불어오는 바람은
갓 씻어낸 가슴에 물기 훔치는 듯하다.
오름이라
바람이 씻어 만들었나 보다
뭉글뭉글 너울대며 스며드는 부드러움이
상기된 가슴 보다 더 한 것 같다
나 아닌 다른 이를 너라 이르고
내게 너를 누구라도 그럴 이라 이르지만
나 역시 너에게 누구라할 이가 되는 걸
너를 기억하는 것은
너에게 내가 기억됨이 알길 없기에
내 심한 외로운 기억이라
기억의 시간만큼 기억을 더할 제
아무도 기억할 이 모를 것이기에
믿어지는 오늘에 공허함이라
그리고
난 누구에게라도 아무나로부터
기억에나 시간으로부터
풀어져 마냥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