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비 지푸라기마저도 바람에 쓸리고
비닐 들판 저 멀리 낮은 산허리에
시월의 해는 힘없이 드리울 때.
안산 밭 덤불엔
빛바랜 갈잎은 지난 밤 내린 비에 씻기어
후미진 골에 켜켜이 재워 진다
한 숨 한 숨 더하여 흐른다는 건
부여잡을 것 없어 두려움에 떠는 것인가
한 개비 지푸라기마저도 바람에 쓸리고
비닐 들판 저 멀리 낮은 산허리에
시월의 해는 힘없이 드리울 때.
안산 밭 덤불엔
빛바랜 갈잎은 지난 밤 내린 비에 씻기어
후미진 골에 켜켜이 재워 진다
한 숨 한 숨 더하여 흐른다는 건
부여잡을 것 없어 두려움에 떠는 것인가
시간을 헤아린다
기다림도 없는데
소리쳤던 시간도
산너머 기차소리와 함께 멀어지고
바람이 대숲을 흔들어
차라리 아무것 흐름 없는 멈춘 공간도
시간은 헤아림으로 남는다
기차소리 다시금 들리고
여름같은 오월의 햇살은 내일에도 있을꺼라
헤아리지 않아도
천년을 앞서도 뒤서도 시간이였다
다만
내가 저 감나무 여린 잎을
천번을 볼 수 없다는 거
그것이
나로 하여금 헤아리는 자 되게 한다
기다리는 건 없는데두
마른 지프라기 널브러진 골목길
나락 끌티기 보리싹 사이로 흙바람 날리는 들녘
왠종일 돌아쳐 시겟또 송곳이 무디어지고
햇살은 어느 듯 저녁나절
뉘집인들 밥짓는 연기 뒷산 허리에 드리울때
밥먹으라고 정지에서 날 부르는 엄마 목소리
시멘트 길엔 사람 보기 어렵고
허연 비닐하우스 바다 멀리 산은 깎였다.
차타고 나갈일 아니면 마당에 마른잔디 홀로 앉아
해거름 저녁은 오는데
더 이상 밥짓는 연기도
밥먹으라고 두번세번 부르던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것인가
님 그림자 천년 전부터 낮 익더라
푸른 빛 금오산정 귓볼을 스치니
뒷바라지 쪽문 옛 느낌 함께이라
구름에 하얀 반쪽 들락이는 달빛
가리어 질지언정 사라지지 않으며
마주하는 소리에 따스한 내음
물결 바람에 씻긴 줄로 알았는데
어느 곳에 머물려냐
길은 길에 이어 가고
곱게 물든 날리는 자리
돌아갈 때를 생각하고
머무는 곳은 알지 못하니
무엇으로 이제를 붙잡으리
손놓아도 몇달을 남었던 추억은
입을 떼어도 금새 흔적없어
세월이 바랜 것인가
욕심이 지나친 것인가
산 아래 낮은 지붕 위 드리우는 밥짓는 연기
나의 설레임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을 내일
길위에 벗어날 수 없기에
벗어나지 않도록 구르는 바퀴
끝없이 구르다가 한 번
한 번은 설레일만도 한데
손끝에 여운조차 없어
더는 더는 담을 수 없는 거가
체육관 붉은벽도 더 무거워 보인다.
울타리 넘어 마을은 차가운 안개에 가리웠다.
중간 놀이시간을
질펀한 운동장을 아랑곳 하지 않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시끄러움이 없다면
세상은 이대로 침몰할 것 같은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