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푸른 오월 싱그럼을 더하는
비가 내렸다
영산홍 지고 하얀 수국 피었다
장미 터진 봉오리 붉은 속내 보이고
비 젖은 오월을 숨가쁘게 몰아간다
장미가 수국이고
수국이 장미이랴
아니라 함도 내 분별이 아니던가
기이(奇異)하담도
내 못난 분별에 바탕함이려니
되려 당연(當然)이라
비가 내린다
푸른 오월 싱그럼을 더하는
비가 내렸다
영산홍 지고 하얀 수국 피었다
장미 터진 봉오리 붉은 속내 보이고
비 젖은 오월을 숨가쁘게 몰아간다
장미가 수국이고
수국이 장미이랴
아니라 함도 내 분별이 아니던가
기이(奇異)하담도
내 못난 분별에 바탕함이려니
되려 당연(當然)이라
손톱같은 달은 기울고
캄캄한 뒷산 능선 따라 내리는
아까시 내음이 머리를 흔든다
한낮 삼십도 여름이라 하건만
솔꽃가루 진 밤하늘 아까시 에우니
여전히 흔들리는 봄밤이다
뒤뜰 밤새 한 길 돋은 오죽(烏竹)
잘 키워 기품있는 검은 대 보려니
아직 푸르러 여린 줄기라
기다리는 내내 조리는 가슴이다.
만들어 가다
만드는 이는
만드는 것에 의해
다시 만들어 진다
처음 돌하나
쌓을 바탕이라
축을 쌓듯 탑을 세우듯
그렇게
만들어 가는 시간에
예초기에 짤리운 풀내음 같은 숨결에
너울져 미끄러지는 해변의 빛그림처럼
새겨 만들어 가다
지평선 넘어가는 푸르른 청보리
시간을 낙인하고 바다로 달린다
웃음 띤 향기 너울에 스며드니
따스한 소리 손끝에 젖어든다
다시 저 바다에 어둠살 드리우고
창백한 항구 가로등 빛에라도
모른채 할 수 없는 미소라
소유 끝은 느낌이려니
나
바다를 소유하다
존재 모습은 마주함이니
내가
여기 있다
이른 오월 늦은 밤
어느 때 들리는 소리인가
마을 앞 도랑은 복개되고
들판은 비닐 빈 곳 없이
못자리 물논은 없다
골짜기에 남겨놓은 저수지
그 먼 곳임에도 저리 시끄러운 건
달라진 시간
달라진 세월에도
죽을 수 없이 살고자함이듯
어느 때도 이 때에도
지니고 싶은 건
오월의 푸르름같이
다시 돋아 갈 삶이라
달은 기울었고
약간 포근히 이는 바람에
뒤안 뜰 스산한 대숲 어둠을 흔들어
내게 자욱한 시간을 내어준다
이대로라면 피곤도 미루어 세울
소유가 내 알뜰한 삶이라
캄캄한 뒷산
할아버지 할아버지 때 부터 땀 흘렸던
산 중턱 밭에 벌써 소우쩍 소리
나를 아득한 시간으로 내몬다
내 땀도 마른 이백년 지날 쯤
소쩍새는 여전히 울꺼라
몇 천년을 해 왔을
마을 가운데 샘에서 물 길어와
불때어 밥짓고 방 뜨세던 때를
기억한다
밥 다됬다고 말까지 하는 밥솥에
언제든 뜨신 물 내어 놓는 심야보일러
길어도 이삼십년으로 기억한다
마을에 구십은 넘었을 아지매 한분
세상 비어릿다한다
영정은 불때던 시절을 아득히 익지만
삼심년 벌어진 풍속에 낮설은 상주뿐
낮선 상주들 굳이 족보를 더듬으니
250년전 한 할아버지에 이르지만
나 역시 200여년의 시간 기억 못한다
아니, 삼심년 달리하는 풍속에
공유할 수 있는 기억조차 몇 이나 있을까
구름이 머금은 물 늘 이지만
1미리 내림도 마땅함이 있어야 한다
비 내릴지 아닐지
마음써 보는 이는 안다.
가끔은
봄 햇살에 댓닢이 반들거리는 나절
나는 그 마음 쓰임을 알지 못한다
왜 일까
하는 건 부질없는 바램일 수 있지만
1mm 증발의 아쉬움은
어느 때 일러 알 수 있겠나